어느 때보다 성사가능성이 높았던 이번 포럼참가 계획이 무산된 것은
북한측의 불순한 의도와 경험부족, 체제적 한계 등에 주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당초 포럼참가를 추진한 것은 이번 포럼이 <>유엔공업개발기구
(UNIDO) 유엔개발계획(UNDP)등 국제기구가 관여하는 행사이고 <>두만강지역
개발계획(TRADP)차원의 사업이며 <>북한이 해외에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열의를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측이 모든 나라의 참가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무엇보다
우리측의 참가를 의중에 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7일 우리측의 신청자 53명중 기업인 18명, 경제단체및
담배인삼공사 관계자 각 1명씩 모두 20명만을 초청했다.

정부가 이런 선별초청에 불응할 뜻을 밝히자 북한은 지난 9일 다시
삼천리자전거공업 일진전기 (주)대농 (주)세모 (주)신호상사 등 5개업체
관계자에 대해 추가로 초청장을 발급했을뿐 선별초청방침을 바꾸지는 않았다.

정부가 이번에 불참결정을 내린 것은 바로 이런 선별초청 등에 나타난
북한의 저의를 읽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은 일본 등 다른나라에 대해서는 정부관계자와 언론인을
초청하면서 우리측에는 거부, 차별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북한측이 10일 UNDP를 통해 "기업인의 많은 참가를 원한 것일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본 등 다른 나라에는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또 북한은 숙박시설부족 등을 선별초청사유로 내세웠으나 이는 신청마감
시한을 지난 8월26일에서 지난 2일로 1주일 연장, 유치에 안간힘을 썼던
점을 감안할 때 수긍할 수 없는 이유라는 지적이다.

북한은 심지어 지난 3월28일 캄포스 UNIDO사무총장과 김광섭 주오스트리아
북한대사간 약정서에서 보장한 참가보장약속을 돌연 파기했다.

앞뒤가 안맞는 북한의 태도는 <>대외노출기피 <>한국참관단 위상약화
<>남북관계악화의 책임전가 등을 노린 것으로 정부당국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숙박사정 등이 문제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우리측에 규모를 줄여 달라고
요청하면 그만이지 "이 사람은 되고 이 사람은 안된다"는 식으로 선정권을
행사한 것은 "무례한 처사"라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준비부족도 한국측 참관단을 선별초청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우리측 참관단이 묵을 예정이었던 나진1호호텔은 지난달에야 완공됐다.

통신시설은 지난달말 태국록슬리그룹이 1천5백회선규모의 교환기를 들여다
설치에 나섰으나 행사기간중 실제 가동될지는 의문일 정도다.

이런 준비부족은 북한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내부사정도 복잡한 듯하다.

통일원의 한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측의 참가신청자 명단을 접수하고 가진
관계기관간 협의에서 다른 대남부서들이 미전향장기수출신의 김인서씨 소환
요구등에 대한 우리측의 거부 등을 들어 강경론을 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지난 7일 선별초청배경을 구두로 설명한 북한측 관계자가 대외
경제협력추진위의 "얼굴"인 김정우위원장이 아니라 임태덕부위원장이었던
점은 주목할만하다.

김정우가 스스로 자신이 한 약속의 번복을 기피했거나 대경추전면에 설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다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정부당국자들은 이번 포럼과 관련해 북한이 보여준 태도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포럼참가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은 물론 여비까지 줘
가며 정부관계자나 언론인을 초청하는 일도 흔한 상황에서 마치 큰 혜택을
베푸는 것처럼 초청장을 선별발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기업인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을 새 시장이나 투자대상지로 보던
단순시각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포럼참가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곳이라면 사업환경은 가보지 않아도 뻔하다
는 식의 결론이 쉽게 도출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포럼불참으로 남북한관계는 당분간 소강상태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스스로 방북일정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당국도 시범사업범위를 넘어서는 사업계획을 추진중인 기업의 방북에
대해서는 자제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상당한 곤경에 처하게 됐다.

북한이 추진하는 나진.선봉개발사업은 한국을 배제하고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는데다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은 북한의 입지를 더욱 좁힐게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0월 하순에 열리는 TRADP회의에서 북한측의 약속위반을 따질
방침이다.

아무튼 포럼참가무산자체는 아쉬운 일이지만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게 이번 포럼을 준비했던 당국자와 참가예정
기업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허귀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