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부 대리 >

펀드매니저라는 직업과 관련해 웃지 못할 일화가 있다.

직장선배인 J모씨의 딸이 하루는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아빠직업을
묻자 "뺀드매니저"라고 했다고 한다.

선생님도 그런줄 알고 부모직업란에 "뺀드매니저"로 기록했다고 한다.

최근 펀드매니저들이 신문이나 방송등 매스컴에 심심찮게 언급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겐 아직도 생소한 것이 현실이다.

내가 펀드매니저라는 명함을 갖고 다닌지 2년여.

숨가쁘게 오르내리는 주가처럼 바쁜 생활이었다.

다소 각박해진 감도 없진 않지만 이런 내모습이 싫지만은 않다.

젊은 날을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펀드매니저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업병을 앓고 있다.

증권용어를 일상생활용어로 착각하고 쓰는 사람이나 술좌석에서 EPS
(주당순이익)을 안주로 삼는 사람들은 증상이 경미한 편이다.

꿈자리에 삼성전자 이동통신 등의 주가가 보인다는 사람이나 새벽 2~3시면
깨어나 어슬렁거린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모두 증권시장에 몸담고 있는한 병(?)을 치유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펀드매니저들이 느끼는 희비는 곧 자금을 맡긴 수익자의 희비와 일치한다.

내돈이 아니라서 그만큼 정신적 부담도 큰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적 현실에서 주식을 운용함에 있어 가장 힘든 것은 수익자가
주식시장의 흐름과 무관하게 항상 높은 수익을 기대한다는 점이다.

또 대부분의 고객들이 장기적인 투자목적이 아닌 높은 단기수익만을
요구하는 것도 펀드매니저들을 쫓기게 만든다.

단기손실을 보았더라도 위로 한마디에 힘을 얻는게 펀드매니저들이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세계적인 펀드매니저인 워렌 버펫이 얘기했듯이
뛰어난 지능지수나 특별한 직관, 내부정보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의사결정을 위한 건전한 틀과 이 틀을 유지할수 있도록 감정을 조절할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고객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에게는 수익률극대화가 1차목표라
할수 있다.

또 자본시장의 건전육성에는 펀드매니저들의 역할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익자의 이익을 높여주고 나 자신도 즐겁게 하는 진정한 "뺀드매니저"가
되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