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수준은 대기업에 비해 낮을지 몰라도 여러가지 일들을 많이 배울 수
있고 자기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중소기업이 갖는 매력이죠"

커넥터등 전자부품전문생산업체인 우영(대표 박기점)의 생산기술연구소
전임연구원 엄덕수 대리(32)는 자신이 중소기업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산업대와 연세대 산업대학원에서 세라믹공학을 전공한 그는 주위의
친구들이 흔히 선호하는 대기업보다는 앞으로의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높은
이 회사에 지원했다.

"물론 대기업에서 근무하면 여러가지 이점이 많죠. 그런데 대기업은 커다란
조직체인 만큼 분업화돼 있고 자기의 전문분야만 파고들게 돼 약간 편협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소기업은 적은 인원으로 여러 사람분의
일을 해야 하는 만큼 몸은 약간 힘들어도 다방면의 일을 배울수 있어
좋습니다"

그가 일하는 파트는 도광판사업부.

도광판은 노트북PC등에 사용되는 액정표시장치(LCD) 뒷면에서 빛을 균일
하게 비치게 하는 부품이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일본등 선진국에 뒤지는 편이라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하는 경우도 잦다.

이럴때 연구실에서 함께 일하며 서로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주위 동료와
상사들간의 가족적인 분위기도 엄대리의 자랑이다.

"누구든 자신의 분야에서 크고 싶은 욕심이 있죠. 자신의 분야에서 자기를
잘 알아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곳이라면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걸 꼭 한번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이 그렇듯 엄대리에게도 어려움
은 있다.

연구개발자금이 풍족하지 못한게 바로 그것.

전기전자부품의 특성상 제품사이클에 맞게끔 그때그때 정부나 관련단체에서
연구개발비가 지원됐으면 하는게 그의 작은 바람이다.

< 김재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