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용기 <현대종합목재산업 사장>

미국 알코아사의 최고 경영자인 폴 H 오닐은 회사내에 자기 사무실을
갖고 있지 않다.

또 이 회사의 사무실 내에서 벽이나 문을 볼수 없다.

알코아사의 모든 임원들은 탁 트인 공간의 개인 책상에서 일하다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TV 팩스 각종 신문 등과 회의용 테이블이 비치된
회의실로 모인다.

오닐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싱크대와 냉장고를 갖추고 있어서 차와
함께 음식도 데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적인 회의 공간이다.

"새로운 사무공간"이라는 제목으로 비즈니스위크 5월6일자에 실린
글이다.

조금 더 인용해본다.

현재는 이 회사 맨 꼭대기 층만 이러한 공간이 실험적으로 설치돼
있으나 곧 회사전체를 이런 스타일의 작업공간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한다.

직원들이 쉽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회의실을 늘리고 엘리베이터 대신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려고 한다.

기존에 중시했던 거대한 외관을 축소하고 고객의 편의를 우선시하며
수직적인 명령체계를 허물어 팀워크를 중시하는, 그리하여 신속하게
소비자의 욕구에 대응할수 있고 경쟁력을 높이는 경영을 해나가는데
도움이 되는 사무환경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사실 사무환경은 근로자의 근로환경인 동시에 기업의 자산이며 기업문화를
실현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사무직 종사자의 생산성향상과 다양한 OA기기 활용및
정보화시대에 적합한 공간구성을 위해, 그리고 업무 특성에 따른 공간
배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세계의 기업들도 21세기 사무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사적인 공간보다는 생산성향상을 위한 배치,수직적
명령체계보다는 팀워크, 정체성보다는 기동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실제 미국내 83%의 회사가 칸막이를 최대한 줄이는 오픈스페이스와
재택근무에 이르기까지 사무환경개선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맨해튼의 마천루에서 실리콘밸리까지,또 모빌이나 IBM 같은 초일류
기업에서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21세기형 사무환경을 이미 만들었거나
갖가지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개선의 목표는 "언제 어디서나 일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무환경의 선진성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제1단계는 단순하게 책상을 배열하고 타자기를 별도 설치하는 것으로
개인의 창의력이나 정보처리에 한계가 있는 초보적인 단계이다.

제2단계는 파티션을 활용하여 공간을 나누고 개인영역을 확보하며
사무공간 활용을 극대화하는 단계이다.

제3단계는 팀워크 스테이션 중심의 사무환경개선 단계로 현재 대부분
선진국 기업들이 제3단계에 있거나 다음단계로 넘어가 있다.

이 단계에서는 부서단위로 레이아웃하여 팀워크를 높이고 소회의용
테이블을 사용, 항시 회의를 열수 있도록 하고있다.

또 파티션기준은 "앉아서는 보이지 않고 서면 서로 보고 대화할수
있는 높이"를 채택하고 있다.

제4단계는 이른바 "논 테리토리얼 오피스"개념으로 의자와 책상을
배열하되 아무나 공유할수 있도록 사무실을 이용하는 것이다.

또 ID 카드를 가진 사람이면 본사및 지점 어느 곳에서나 사무를
볼수 있도록 현재 선진국 기업들이 일부 도입하고 있는 단계이다.

호텔링이라는 것도 있다.

재택 근무자들과 외근사원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으로
회의실은 물론 서류철이나 사무용품 전화 등을 제공하며 컴퓨터 옆에는
자녀들 사진까지도 디지털화시켜 걸어둘 정도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사무환경이 아직도 2~3단계에 속해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경영혁신운동의
일환으로 사무환경 개선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사무환경개선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들어 경영자입장에서 흔쾌히
일을 추진하기 어려운 면도 있을수 있다.

하지만 사무환경 개선에 드는 비용은 예상치 못한 생산성향상으로 충분히
보상받는 경우가 많다.

국내 최대 건설업체인 모회사는 지난 7월까지 구식 사무용가구를
시스템가구로 교체하는 등의 대대적인 사무환경 개선작업을 벌였다.

그 결과 전에는 1,610명의 직원에 4,587평의 사무실면적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같은 인원이 쓰는데도 4,121평이면 충분하였다.

466평의 절약 면적에 회의실 접견실등 공용면적 절약분을 합하면 실제
절약면적은 631평이 되며, 이 공간은 246명분의 사무공간이 된다.

임대비 관리비 절약분을 감안하면 사무환경개선에 투자한 비용의
회수기간은 3.5년 정도이므로 신형 사무가구의 사용기간을 7~8년으로
보면 사무환경 개선은 빨리 할수록 유리한 투자라할 수 있다.

사무능률이 높아지고, 클린 오피스를 실현하는 등의 여러가지 부대 효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사무환경 개선의 경제적 효과를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무환경변화는 회사원과 기업은 물론 궁극적으로 고객과
사회구성원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가치경영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기술의 변화에 따른 정보-통신
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기업들마다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으면서도 자칫 간과하기 쉬운 사무환경 개선문제 또한 혁신적인
변화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