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뉴욕 출장 길에 미국 금융기관의 사장과 여러가지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한국 경제의 발전 과정을 오랫동안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으며
우리 경제의 현황에 대하여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 경제가 개방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시장 경제 체제로의 신속한
이행이 향후의 발전을 위한 선결 과제라고 생각한다는 그의 시장 경제에
대한 개념은 경제 주체가 자유롭게 시장에서 물질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원칙"에 충실한 경제라는 것이다.

우선 한국의 금융시장이 개방됨에 따라 기존의 통화량 중심의
통화관리에서 금리 중심의 통화관리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경쟁 상대국 수준의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어야 산업 경쟁력이 생기고
금융 자산을 가진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과의 사회적 갈등도 없앨 수
있다.

또한 위험에 따른 수익의 차등화가 이루어져 기업을 경영하거나 주식
투자를 하는 등 위험을 부담하는 경우 그에 상당하는 수익이 정당화되어야
한다.

작년에 미국의 채권 및 예금 금리는 5%대에 머물렀으나 주가지수는
34% 상승한 것이 그 예이다.

물가의 경우에도 수급에 따른 가격 기능을 제고해야 한다.

예전에는 쉽게 사먹지 못할 정도로 비싸던 바나나가 이제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싸진 것이 좋은 예이다.

이와 같이 외국인이 우리나라 경제를 보는 시각은 우리로 하여금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이슈가 생길 때마다 우리들은 이것 저것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나 조금후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 모든 것들을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고 또다시 과오를 반복한다.

이제는 우리식만 고집하지 말고 선진국의 경제 원칙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비효율이 도태되고 원칙과 효율만이 살아 남는 사회가 되기 위해
필요하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뿐만 아니라 우선 자신에게도 지나치게
너그러워서는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