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사연구가 국가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전통과학에서 우리들이 배워실천해야할 것들은 무궁무진합니다"

제8회 국제동아시아과학사회의 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상운박사(67.전성신여대총장)는 과학사를 기초중의 기초연구분야라고
강조했다.

당장의경제발전을 위해 현재를 가능케한 밑바탕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이를 계승발전시키려는 노력에서 21세기 국가경쟁력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를 마련할수 있다는 뜻이다.

전박사는 그러나 이분야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은 물론 기업들의관심도
별로 없어 소중한 자산이 사장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국제동아시아과학사회의의 성격은


"동아시아지역의 과학 기술및 의학의 역사 전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국제회의이다.

68년 홍콩에서 관계전문가 10여명의 모임에서 비공식으로 출발했다.

이후 82년 벨기에 루뱅에서 첫 공식회의를 가졌다.

처음에는 국제중국과학사회의라는 이름으로 열렸지만 90년 6회
캠브리지회의를 계기로 국제동아시아과학기술의학사학회(ISHEASTM)가 결성된
뒤 이 학회의 공식학술회의로 현재의 이름을 사용하게 됐다.

회원은 300여명이며 이중 한국인학자는 10명정도이다"

-서울대회 개최의미는

"우리의 산업과 과학기술이 국제적으로 주목될 정도로 성장해
서울대회유치가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동아시아 과학기술사 연구가 구미및 중국 일본학자들에 의해 주도돼
이지역 전통과학기술발전에 있어서의 우리나라의 역할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왔다.

이번 대회는 이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고 우리나라 전통과학기술의
참다운 위치를 확인할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서울회의의 쟁점은

"동아시아 과학기술발전이 근대에 와서 왜 서구에 뒤떨어졌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서양과학사는 17세기이후 300년의 역사에 불과하다.

그 이전 그리스 로마 이집트의 화려한 과학기술역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와는 달리한중일을 중심으로한 동아시아의 과학전통는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처음에는 오히려 서구의 과학기술수준 보다 앞섰었다.

그러나 현재는 서구의 과학기술이 압도하고 있는 형편이며 이번
회의에서 분야별로 그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토의할 것이다"

-동양의 과학기술수준이 뒤떨어지게 된 이유는

"이제까지의 정설은 동아시아에서는 산업혁명과 같은 극적인 사건이
없었다는게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동아시아에서는 또 서구에서와 달리 종교와 과학간의 갈등이 없었다.

게다가 서구는 자연을 정복대상으로 본데 반해 동양에서는 정복이
아닌 조화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자연에 대해 절대 오만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동양의 과학기술이 서구에 뛰떨어지게 됐다는게
이제까지의 정설이지만 아직은 좀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사 연구인력은

"부족하다.

대학교 전임강사급이상은 30명정도이며 부전공까지 합해도 100명을
밑돈다.

중국은 과학원내 자연과학사연구 전문인력만 20명이고 전임연구원까지
합치면 100명을 넘는다.

일본 역시 수백명을 헤아린다.

이들의 주도로 동아시아과학사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의 훌륭한 업적까지 빼앗길까 걱정이다"

-연구활성화를 위한 방안은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문화외교를 펼쳐야한다.

중국 일본은 이 부문에서 대단히 열성적이다.

기업들의 과감한 지원도 요구된다.

전통 과학기술속에는 배워실천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특색을 살려야하는데 그 원천을
전통과학기술에서 찾을수 있다는 뜻이다.

전통과학기술은 이런 측면에서 기초연구분야라 할 수 있다"

<김재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