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올해 무역적자가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통상산업부의 전망은
우리 모두에게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생각하도록 요구하는 명제다.

불과 1개월여전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는 논쟁이 불거졌을 때, 절대로
위기가 아니라던 당시의 부총리와 경제수석의 주장에는 그런대로
설득력이 없지않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경제는 "위기"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된게 아닌 것 같다.

우선 경제정책당국의 관리능력이라는 측면에서 그런 우려를 갖는다.

올해 연간 경상수지적자를 50~60억달러로 내다봤다가 110억~120억달러로
늘려잡은 것이 불과 2개월전이고 보면 더욱 정책당국이 미덥지가 않다.

"무역적자 200억달러전망"은 올해 경상수지적자가 줄잡아 2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상황판단이 이런 정도라면 우리 경제가 위기로 진입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할수 있다.

걱정을 더하게하는 것은 최근의 수출 동향이다.

7월중 수출이 93년1월이후 42개월만에 처음으로 전월비 마이너스(3.6%)를
기록한데 이어 이달들어서도 20일까지 17%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환율이 상당폭 올랐지만 수출이 나아지는 징후는 전혀 없는 셈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경제정책당국자들의 상황을 보는 눈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처방에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환율을 올려도 수출이 늘지않고 수입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경제관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의 효과"는 한계가 너무도 자명해진다.

"무역적자 200억달러전망"은 당초 307억달러로 잡았던 반도체수출이
180억달러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라는게 통산부풀이다.

작년12월 개당 50달러였던 16메가D램 수출가격이 14달러로 내려앉은
상황이고 보면 반도체때문에 적자가 커진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이같은 반도체타령은 옳은 숫자풀이일지는 몰라도 책임있는
현실진단은 못된다.

반도체가 폭락하지않았다면 지금처럼 급격히 적자규모가 늘어나지는
않았겠지만, 어차피 수출에 문제가 빚어지는 것은 예정됐던 일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이는 철강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등 다른 상품의 수출부진에서도 엿볼수
있다.

일시적으로 해외시장여건이 나빠져 수출이 안되는 것이라면 걱정이
덜할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가경쟁력이 떨어져 빚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려는 더할 수 밖에 없다.

고금리 고임금 고지가 저효율 등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무역적자가
갈수록 커지는것이라는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노동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상승, 경쟁국의 갑절이상인 금리, 떨어질
줄 모르는 땅값등 수없이 되풀이된 원인분석을 또 되풀이하는것은
참으로 지루한 일이다.

그러나 경제가 잘돌아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게 이제는 너무나
분명해졌기 때문에 냉정한 현실진단은 긴요하다.

누가 해결할 수 있느냐는 것도 물론 함께 생각해야한다.

우리 모두가 고칠 것이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