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두 자동차회사와 미국의 한 소비자단체가 제품의 안전성 여부를
놓고 일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방의 대상이 된 자동차는 모두 다목적레저용차로 95,96년형 이스즈트루퍼
와 96년형 어큐라SLX가 바로 문제의 제품.

문제를 제기한 쪽은 미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소비자단체인
컨슈머스유니온.

이 단체가 발행하는 컨슈머리포트지는 최신호에서 자체 주행시험결과
이스즈트루퍼와 어큐라SLX는 안전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부적절"
등급을 매겼다.

부적절한 이유는 평탄한 길에서 보통 속도로 주행할때에도 차체의 떨림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

이 단체가 "부적절" 등급을 내린 것은 지난 88년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그 당시 스즈키사의 사무라이가 부적절등급을 받아 현재까지도 법정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부적절"을 받은 이스즈자동차와 혼다자동차측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보도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스즈자동차사는 트루퍼는 컨슈머스 유니온이 문제삼을 만한 차체 떨림
현상은 없다며 안전기준에 관한한 미국당국과 보험회사들의 기준을 완전하게
충족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혼다사도 어큐라와 관련해 미연방고속도로국의 안전기준을 모두 만족
시켰다며 컨슈머스유니온측의 검사방법이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이처럼 일본측이 발끈하고 나오데 대해 컨슈머스 유니온측은 시험결과
안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차는 굴러 다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
하며 일본 업체에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컨슈머리포트지의 데이비드 피틀 기술담당국장은 일본측의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비자들은 차가 안전하게 개량될때까지 이들 스포츠카를
사지 않아야 되며 제조회사는 판매를 멈추고 바로 리콜에 들어가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연방고속도로국에 설계상의 하자를 정밀조사해 줄 것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 격돌상황이 어떻게 진전될 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일본업체들이 치명타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 88년의 "부적절"건으로 스즈키는 법정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소송이
아직까지 진행중인데다 정작 문제가 된 사무라이차종을 미국에서 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이번 이스즈트루퍼와 어큐라SLX건에서도 일본업체들이 불리한
입장에 서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미국시장에서 현재까지 팔린 트루퍼와 어큐라SLX는 모두 3만5천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