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결산 상장사들의 상반기 실적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나빠
충격적이다.

반기 순이익이 지난 93년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이미
예견됐던 것이나 감소율이 34%나 된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그것도 은행들이 주식평가손 등을 제대로 계상하지 않아 명목상 큰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된데 힘입은 것이고, 실제로는 감소율이 훨씬 더 크다고
볼때 더욱 그렇다.

1.4분기중 성장율이 7.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기실적 악화는
2.4분기이후 경기가 수직하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정부관계자들의 "경기연착륙" 주장이 허상이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4분기의 추세가 하반기이후에도 달라지는 징후가 없다고 볼때
"경제위기는 아니다"는 주장도 과연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특히 제조업의 부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은 더욱 우려를 더하게 한다.

제조업중 순익이 늘어난 것은 고무및 프라스틱업종뿐이다.

수출주도업종인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석유화학은 모두 하나같이
큰 폭의 순익감소를 나타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반도체3사의 순익감소율은 55~70%나 된다.

작년 12월 개당 50달러였던 16메가D램 수출가격이 지금은 개당 14달러로
주저앉았으니 그럴수 밖에 없다.

반기실적은 개당 30달러선이었던 1.4분기 실적을 안고있는 탓으로 그나마
낙폭이 적었고 올해 연간으로는 더욱 나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조선 자동차 철강은 엔화약세에 따라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수출단가가
내린 것이 순익감소의 주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석유화학은 대중국수출이 줄고 수출단가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의 순익감소율(54%)이 중소기업보다 훨씬
높은 편인데, 이 역시 수출부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수 있다.

30대그룹 계열사의 순이익규모는 작년 상반기보다 78.3%나 줄었다.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의 수출비중이 높은 그룹일수록 부진이
두드러지는 양상이었다.

건설업은 해외건설이 호조를 기록했으나 국내주택건설의 부진으로 순익이
60%이상 줄어드는 등 역시 어려움을 면치 못했다.

철강 등 건축자재업종의 부진도 건설업의 침체 때문에 더욱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은행이 큰폭의 흑자를 낸 것은 지급준비율을 낮췄기 때문에 이자수입이
늘어난 데다 유가증권평가손 등 각종 충당금 적립비율을 낮춘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전자 자동차 철강 건설 등 파급효과가 큰 업종과 대기업의 부진을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반기실적은 더욱 우려할만하다.

이는 결국 다른 업종과 중소기업에 파장을 미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수출업종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해외요인이라고 풀이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땅값 임금 금리 등 생산요소 하나하나가 모두 경쟁력을 잃은 결과가
이들 업종의 급격한 순익감소로 나타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반기실적 악화가 구조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본다면 대책 또한
그런 차원에서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와 업계, 그리고 근로자가 오늘의 경쟁상황, 그 본질을 다같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