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에 대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 누계액이 1천2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78년에 도입돼 대일 무역역조 개선에 크게 기여했던 수입선
다변화 제도가 오는 99년에 완전 폐지될 예정이어서 국내 경제의 일본
의존도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4일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한 지난 65년 6월부터
지난 6월말까지 31년동안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수지는 단 한해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매년적자를 냈고 그 폭이 해마다 늘어나 누계액이 총 1천1백
72억2천4백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중 우리나라의 총 무역수지 적자액 6백40억7천7백만달러의
약 2배에 달하는 것으로 국내 경제는 해방과 국교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일본
으로부터 완전 독립하지 못한채 오히려 예속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
됐다.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수지 적자폭은 지난 75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총 무역
수지적자액에 못미쳤으나 76년과 78년에 이어 81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체
무역수지 적자액보다 많아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난 86~89년까지 4년동안에는 전체 무역수지가 1백91억8천8백만
달러의 흑자를 냈는데도 일본에 대해서는 1백85억8천1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세계 각지에서 벌어들인 돈을 일본에 고스란히 쏟아 부은 셈이 됐고
대일 무역역조가 본격적으로 심화되는 계기가 됐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지난 65년 4천4백만달러에서 올 상반기에는 80억9천만
달러로 지난 31년동안 누계로 1천6백36억1천9백만달러에 이르고 있으나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년까지 20%대, 92년까지 15~19%대에서 93년
14.1%, 95년 13.6%, 지난 6월말 현재 12.4% 등으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반면 수입은 지난 65년 1억6천7백만달러에서 올 상반기에는 1백52억7천
8백만달러로 31년동안 누계로 2천8백8억4천3백만달러에 달해 총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평균 26.5%를 차지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1백52개가 남아있는 수입선다변화 적용대상 품목도 매년
40~50개가 추가 해제돼 오는 2000년부터는 각종 일본제품의 수입이
무차별적으로 가능하게 됨에 따라 대일 무역적자는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통산부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는 일본 도요타 및 스즈키 등 자동차
업체들이 신규로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무역수지가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며 "대일무역역조 개선을 위해서는 각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주력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부도 국산기계 구입자금을 늘리는 등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