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서 < IBS 컨설팅그룹 사장 >

우리는 지금 국제화 물결속에서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

보호무역 장벽과 고지가 고임금 고금리 등 날이 갈수록 경영환경은
불리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위험한 불예측사태(Contingency)에 대해 마냥 회피하려고만
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 각국에서 불예측사태에 대한 대응기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 "시나리오 경영기법"이다.

시나리오법을 역사적으로 고찰해보면 전략연구에 처음으로 활용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여러가지 사례를 상정한 시나리오를 작성해서 이것에 따라 탁상에서
가상의 적과 아군으로 나눠 실전을 가상한 연습을 행한다.

이것을 워 게임(War Game)이라고 한다.

2차대전때 연합군은 전략작전 연구기법으로 특히 시나리오법을
활용, 승리했다.

시나리오에 따라 작전환경, 가정조건을 바꿔가면서 그때그때의 어떠한
상황이 벌어지는가를 조사 분석하고 잠재적 위기와 절호의 기회에
대해 검토해 이것을 아군에 절대 유리한 전략으로 활용하는 가상전을
행한 것이다.

시나리오법을 기업경영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미국의 랜드
코퍼레이션이다.

1975년 허먼 칸(Herman Kahn)이 "기원 2000년"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21세기는 일본의 세기이다"라는 예측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1968년 "과학기술과 경제의 모임"에서 예측과 계획의
새로운 기법으로 시나리오법을 경영에 활용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이후 불확실한 기업환경과 80년대 위기의 시대속에서 탈출코자, 또
불투명한 90년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해 일본기업들은 앞다투어
시나리오법에 의한 장래예측과 함께 장기경영전략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시나리오법은 어떤 사상이 장래 어떠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가를
밝히기 위해 이에 관련되는 모든 조건을 도출해 그 상황변화와 충격을
예측키위한 것이다.

그 예측에 따라 기업의 장래성을 문장으로 묘사하며, "이것은 틀림
없이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예측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자"
"어느 것이나 모두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상황이
되면 그 가능성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등 생각되는 시나리오적
사고과정을 정리해서 장래의 가능성을 창조하는 기법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는 알 수 없는 2000년대에 직면하는
제문제를 예측해 전략적 대응책을 마련하는 수법이다.

시나리오법의 목적은 의사결정자에 대한 판단자료를 제공하는데
있다.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장래변화의 확률(probability)이
아니고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장래변화의 가능성
(possibility)을 예측하는데 있다.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서는 대상이 되는 예측시점이 앞으로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현상연장형의 정량적 예측기법이 통용되지 않는다.

시나리오 작성은 기업전략 책정상 이와 같은 애로를 극복하는 계획
도구로서 각광을 받게 되었다.

현재는 경험이나 상식의 테두리 속에서 "일어날 수 없다" "불가능하다"
라고 생각한 것이 현실의 세계에서 계속해 일어나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그리고 그것에 의해 기업경영의 방향전환을 강요당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들을 모두 불예측의 사태라고만 볼 수 없다.

이것을 분석해 보면 모두 예측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평가, 대응책을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게 대부분이다.

오늘날과 같이 기업을 둘러싼 기술 사회 경제 정치 국제관계 등
다양한 환경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또 상호관계와 변화가
복잡화되어 가면 상식적이고 직관적 판단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이렇게 된다"라는 결정론적 발상으로 단 하나의 계획안
만을 입안해 안심하고 있다면 그 장래는 극히 위험하다.

그 반대로 복수이상의 계획안을 준비해 확률론적 발상으로 사태에
대비한다면 위험은 줄어들고 또 피할 수도 있다.

시나리오에서는 기업에 있어 가장 비관적인 상황과 또 낙관적인
상황을 대비해 검토하며 두개이상의 전략을 같은 차원에서 상정,
장래를 바라보기 때문에 탄력성있는 대응력을 갖출 수 있다.

또 지금까지의 논리와 상식의 테두리를 벗어나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대체안(alternatives)이다.

이러한 대체안이 마련되어 있으면 유사시에 곧 충분히 사전 검토된
적절한 대체안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복수의 여러가지 대체안을 제공하는 시나리오를 "불예측적
시나리오"라고 한다.

허만 칸은 "중요한 선택을 할 분기점에서 취해야 할 방향을 시나리오에
의해 감지할 수 있으며 더구나 체계적인 고찰이 가능하다"고 시나리오의
이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두뇌가 행하는 사고의 과정과
같은 전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과적인 설득력을 자연히 갖추게 된다.

"계획이 기대대로 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의 불안에 대한
대응책이 시나리오 가운데 준비된다.

최근 우리나라 기업들도 경영에 시나리오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아직도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예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너무 컸고 따라서 이를 위한
예측기법의 개발과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나리오 기법의 이점을 통해 기업경영의 각종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위기관리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