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493) 제11부 벌은 벌을, 꽃은 꽃을 따르고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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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릉은 이제 우리 시사의 새회원으로 들어와도 되겠어"
탐춘은 향릉을 가까이서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지기 위해
향릉을 아예 시사의 회원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였다.
시사라고 하는 것은 대관원 여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를 지으며 그
시에 대한 감상들을 나누는 모임을 일컫는 말이었다.
"탐춘 아가씨 저를 그만 놀려요.
저는 다만 남들이 시를 짓는 것이 부러워서 흉내나 내어볼까 하고
대옥 아가씨를 졸라서 시를 조금 배우고 있을 뿐이에요.
내가 정작 시를 지어본 적은 없지만, 나중에 내가 시를 짓게 되면
모두들 장난 치지 말라고 꾸짖을 거예요"
향릉이 얼굴이 발개지고 목소리 마저 기어들었다.
"우리도 장난 삼아 시를 지어보는 것 뿐이야.
정말로 시인이 되려고 시를 짓는 것은 아니지.
우리 시사에서 휼륭한 시라고 칭찬을 들은 작품도 세상에 내어놓으면
그저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 탐춘이 또 향릉의 허리를 한 팔로 슬쩍 감아 안았다.
향릉은 그러한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은 잘 알지 못했다.
"탐춘은 우리 시사를 너무 평가절하하고 있군.
일전에 장안에서 내로라 하는 문객들과 우리 시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 보고 시사에서 발표된 시를 적어 보라는 거야.
그래 내가 대옥의 시를 적어 주니 모두들 감탄을 하면서 목각으로
인쇄를 해야 되겠다는 거야"
보옥이 탐춘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설마 그럴 리가.
설령 작품이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시사에서 발표한 시가 바깥
세상으로 나가서는 안 되잖아요"
대옥이 당황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옛적부터 규중의 글이 세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긴 하였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고리타분한 규율에 얽매일 필요가 없지.
시라는 것은 원래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까"
보옥이 제법 점잖게 말하며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였다.
보옥은 아름다운 향릉을 옆에서 보고도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그것은 향릉이 설반의 여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보옥은 여자를 밝히는 편이긴 하지만 남의 여자들은 될 수 있는
한 건드리고 싶지가 않았다.
그때 자견이 달려와 영국부에 한꺼번에 여러 친척들이 몰려 왔다고
아뢰었다.
보옥과 대관원 여자들이 우르르 영국부로 나가 보았다.
과연 대부인 처소에 설반의 사촌동생 설과와 설과의 여동생 보금,
형부인의 올케와 그 딸, 이환의 숙모와 두 딸, 희봉의 오빠 왕인 등이
모여 문안인사들을 드리느라고 왁자지껄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
탐춘은 향릉을 가까이서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지기 위해
향릉을 아예 시사의 회원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였다.
시사라고 하는 것은 대관원 여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를 지으며 그
시에 대한 감상들을 나누는 모임을 일컫는 말이었다.
"탐춘 아가씨 저를 그만 놀려요.
저는 다만 남들이 시를 짓는 것이 부러워서 흉내나 내어볼까 하고
대옥 아가씨를 졸라서 시를 조금 배우고 있을 뿐이에요.
내가 정작 시를 지어본 적은 없지만, 나중에 내가 시를 짓게 되면
모두들 장난 치지 말라고 꾸짖을 거예요"
향릉이 얼굴이 발개지고 목소리 마저 기어들었다.
"우리도 장난 삼아 시를 지어보는 것 뿐이야.
정말로 시인이 되려고 시를 짓는 것은 아니지.
우리 시사에서 휼륭한 시라고 칭찬을 들은 작품도 세상에 내어놓으면
그저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 탐춘이 또 향릉의 허리를 한 팔로 슬쩍 감아 안았다.
향릉은 그러한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은 잘 알지 못했다.
"탐춘은 우리 시사를 너무 평가절하하고 있군.
일전에 장안에서 내로라 하는 문객들과 우리 시사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나 보고 시사에서 발표된 시를 적어 보라는 거야.
그래 내가 대옥의 시를 적어 주니 모두들 감탄을 하면서 목각으로
인쇄를 해야 되겠다는 거야"
보옥이 탐춘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였다.
"설마 그럴 리가.
설령 작품이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시사에서 발표한 시가 바깥
세상으로 나가서는 안 되잖아요"
대옥이 당황해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옛적부터 규중의 글이 세상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긴 하였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고리타분한 규율에 얽매일 필요가 없지.
시라는 것은 원래 세상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까"
보옥이 제법 점잖게 말하며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였다.
보옥은 아름다운 향릉을 옆에서 보고도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그것은 향릉이 설반의 여자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보옥은 여자를 밝히는 편이긴 하지만 남의 여자들은 될 수 있는
한 건드리고 싶지가 않았다.
그때 자견이 달려와 영국부에 한꺼번에 여러 친척들이 몰려 왔다고
아뢰었다.
보옥과 대관원 여자들이 우르르 영국부로 나가 보았다.
과연 대부인 처소에 설반의 사촌동생 설과와 설과의 여동생 보금,
형부인의 올케와 그 딸, 이환의 숙모와 두 딸, 희봉의 오빠 왕인 등이
모여 문안인사들을 드리느라고 왁자지껄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