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를 확장해 공급을 늘려달라고 할 사정할 때는 언제고,이제와서
못사겠다니."(유리벌브 업계)

"유리벌브 업체들의 생산이 들쑥날쑥해 믿을 수없다.

더군다나 국산 유리벌브는 수입품에 비해 값도 비싸다"(브라운관 업계)

브라운관의 원자재인 유리벌브 생산업체와 브라운관 제조업체가
유리벌브의 수입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삼성코닝 한국전기초자등 유리벌브 업체들이 국내 생산만으로도 공급이
넘친다며 수입중단을 촉구하고 있는데 비해 삼성전관 LG전자 오리온전기등
브라운관 업체들은 원료의 안정적 조달과 가격, 품질상의 문제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맞서고 있는 것.

브라운관 업체들은 상반기중 이미 5백만개 정도의 유리벌브를 수입한데
이어 하반기에도 비슷한 양을 들여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유리벌브는 공급이 달렸다.

국내 생산(4천만개)이 수요(5천만개)에 크게 미달했기 때문에 브라운관
업체들의 유리벌브 수입에 대해 유리벌브 업계도 시비를 걸지않았다.

가격조건도 국산이 유리해 "칼자루"는 오히려 유리벌브 업체들이
쥐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벌브 업체들의 설비확장으로 생산이 늘어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우선 한국전기초자가 작년말 설비규모를 연산 1천6백만개에서
2천2백만개로 늘렸다.

이 회사는 또 올해말 완공 예정으로 연산 6백만개 규모의 추가 증설공사를
진행중이다.

삼성코닝도 오는 15일이면 수원공장 증설공사를 끝내 설비규모를
연산 2천4백만개에서 3천4백만개로 확대한다.

지난해 4천만개 규모였던 국내 유리벌브 업계의 설비규모가 올해말에는
6천2백만개로 늘어난다.

반면 수요는 큰 폭의 신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대일가격경쟁력의 약화와 미국 EU(유럽연합)등의 우회수출규제로
브라운관의 수출이 저조한데다 TV PC 등의 내수경기도 부진하기 때문.

유리벌브 업계에선 올해 국내 수요를 5천5백만개 안팎으로 잡고있다.

유리벌브업계는 공급이 수요를 넘치는 상황에서 수입이 계속돼 재고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작년말 2백만개에 불과했던 재고가 현재 6백만개로 불어났다.

연말엔 1천만개에 달할 것으로 유리벌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유리벌브업계가 "상도의"까지 들먹이며 수입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양사에서 4월 말로 예정했던 공장수리도 연말로 미뤄가면서 수요충족에
최선을 다해왔는데 수입물량은 오히려 늘고 있다"(삼성코닝 기외호
영업이사)

하지만 삼성전관 LG전자 오리온전기 등 브라운관 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연초에는 "4월의 대대적 공장수리로 1천5백만개 정도 물량이 부족할
듯하니 외국에서 사다쓰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수입을 문제삼을 수 있느냐"
(삼성전관 구매팀)는 것이다.

브라운관 업체들이 수입을 줄이지 않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한때 달러당 80엔대까지 치솟았던 엔화가치가 요즘 1백10엔대 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일본산 유리벌브의 가격은 국산보다 4~5% 정도 싸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대형제품의 경우엔 10%까지 차이가 난다고 브라운관업계는
지적했다.

유리벌브 업체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공급가를 낮추고 싶어도 그간의 시설투자에 따른 이자부담등으로
코스트다운의 여력이 없다"(한국전기초자)는 얘기다.

이와 함께 유리벌브 업체들을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LG 대우 등
브라운관 업체들의 유리벌브 사업 참여 움직임이다.

특히 LG는 일본 유리벌브 업체 아사히글라스와 제휴해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며 국내에도 공장설립을 신중히
검토중이다.

대우전자도 프랑스 롱위지방 컬러브라운관 공장에 유리벌브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그동안 충분히 대주지 못해 미안했지만 이제는 충분히 공급해 줄테니
수입을 줄여달라"는 유리벌브 업체와 "수입을 줄일테니 공급가격을
낮춰달라"는 브라운관 업체간 대립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 김주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