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누드모델협회 하영은 회장(28)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누드모델 하영은입니다"라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을 소개하는
0사람이다.

누드모델이라는 직업이 더이상 숨길 것도 부끄러워 할 것도 없는
우리사회의 수많은 직업중의 하나라는 생각에서다.

"탤런트가 표정과 얼굴로 대중과 호흡하는 전문직업인이라면 누드모델은
말 그대로 온몸으로 인간내면의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예술가라고 할수 있죠"

하회장이 7,000만원이 넘는 사재를 털어 지난달 28일 서울 리츠칼튼호텔
에서 개최한 누드모델협회 창립행사도 그녀의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스트립쇼"다 "외설"이다 등등 말들이 많았지만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 만큼 크게 개의치 않아요.

우리도 하나의 직업인이란 사실을 이 사회에 알린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이 행사를 통해 그녀는 아직 높기만 한 관념의 벽을 실감했다.

"무조건 모델이 옷을 벗는다고 사시로 보는 태도는 곤란하다고 봐요.

우리가 하는 일이 성적충동을 일으키는 자극적인 행동이 아니라 작가들이
요구하는 바를 예술적으로 나타내는 작업이기 때문이지요"

이 행사때문에 그녀는 경찰서로부터 진술서를 요구받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결국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그녀가 협회조직에 나선 데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누드모델에 대한
괄시와 불공정대우를 개선하자는 의도도 있었다.

협회가 아닌 기존 에이전시를 통할 경우 출연료의 30~40%를 수수료로
뜯겼다.

사이비작가에게 모욕적인 포즈를 강요받은 모델도 더러 있었다.

협회창립후 다행히 모델을 섭외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고.

협회회장을 맡으면서 그녀 나름대로의 원칙도 만들었다.

단순히 호기심이나 용돈을 벌 목적으로 누드모델을 지원하는 사람은
사절한다는 것, 외설적인 영상자료물 제작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 글 김재창기자.사진 강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