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손님이 많은 음식점은 대개 이런
특징이 있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첫째는 음식의 맛이 좋다는 것이다.

음식점 치고 맛에 신경을 쓰지 않는 업소가 어디 있으랴만 음식의
맛이란 화학조미료 따위를 많이 쓴다고 해서 얻을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손끝에서 맛이 난다"는 말이 있듯 음식을 만드는 데에는 무엇보다
정성이 깃들여 있어야 한다.

소문난 음식점의 음식이 대개 정갈한 것은 바로 정성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향 어머님이 장만해 놓은 듯한 식탁 앞에 앉을때 손님은 자연스럽게
친근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친절함이다.

음식이 아무리 맛있다고 한들 종업원들의 불손하기 짝이 없는 태도를
참아가면서까지 음식을 먹어줄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단골 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음식점은 거의 어김없이 손님을
정중하고 반갑게 맞이한다.

손님이 부르기 전에 손님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미리 알아 챙겨
준다든가, 음식을 날라 놓거나 치울때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처리를
한다든가, 남다른 서비스 정신을 보여 주는 것이 장사가 잘되는 음식점들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들 음식점의 종사원들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것이 직업적 의무 때문만은 아니다.

마치 반가운 친정 아버님 대하듯, 오랜만에 만난 동기동창을 대하듯
마음 씀씀이가 표정에 역력하게 배어 있다.

소문난 음식점 중에는 음식값이 결코 만만치 않은 데가 적지 않은데,
그럼에도 연일 손님들이 붐비는 것은 음식 하나하나에, 서비스 하나하나에
감동을 듬뿍 담아 팔기 때문이다.

감동의 본질은 무엇일까.

뜻하지 않게 얻게 되는 만족감일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에 나가 길을 물었을때 누군가가 가던 길을 멈추고
목적지를 쉽게 찾을수 있도록 근처까지 안내해 주었다면 우리는 그 도시
사람들의 친절함에 감동해 앞으로도 그 도시를 다시 찾고 싶어질 것이다.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객이 하나, 혹은 두 개 정도를 기대하고 있을때, 다섯 개를 챙겨
준다면 그 고객은 틀림없이 감동할 것이다.

기업체가 생산한 제품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아무리 많은 검사를 거쳐 완벽하게 제품을 출고했다 하더라도 유통
과정에서 하자가 생길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에겐 잘못이 없으니 유통을 담당한 측에 가 물어보라고
그럴 수는 없다.

사실 사용설명서도 읽지 않은 채 덮어놓고 수리를 요청하는 소비자도
많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즉시 집까지 찾아가 우선 정중한 사과를 하고 성실한 자세로
수리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 고객은 감동받게 마련이다.

건설업체가 건설한 건축물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완벽한 시공, 철저한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고개으로부터
찬사를 들을 때처럼 기쁜 일이 없지만, 사실 고객들은 작은 사후서비스에
오히려 더 큰 감동을 받는다는 것을 필자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있다.

오늘날과 같이 규격화 전문화가 주종을 이루는 산업사회에서는 "감동"
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경쟁력있는 상품이라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시장 개방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 경제계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 업계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 일로 매진해야 할 텐데 총론에서는
일치하나, 각론에 들어가면 각각인 모습을 띠고 있어 걱정이다.

정부의 직무 의지를 나타낸 분양가 자율화 방안이라든지, SOC민자 유치
활성화 방안을 비롯한 각종 규제 완화 조치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업계가 평소 기대하고 있는 세계화 추진 수준에는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기업 역시 개발 고객만족 경영 등 경영혁신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국제경쟁력 강화에는 아직 미진한 실정이며, 개방에 대비한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른바 님비 (NIMBY) 현상으로 민원 제기가 폭주해 정책 수행이나
기업활동에 제동을 걸기 일쑤인 것도 큰 문제이다.

이렇듯 상대방이 보기에는 미흡하고 못마땅하기만 한데 당사자들에게
물어보면 나름대로는 하는 만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다.

10만원을 기대했는데 11만원을 받았을 때의 기쁨보다 9만원밖에
못 받았을 때의 섭섭함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문제를 풀어내는 핵심은 자기에서부터 비롯되지 않으면 안된다.

자신의 노력에 대한 이해를 강요하고,그 강요에 못 미침을 서운해
할 것이 아니라, "내 탓"이라 생각하고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챙기고 보여 주지 못했음을 아프게 생각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에서 상대방은, 고객은 감동을 받는다고 믿는다.

자주 접하게 되는 교통 문제에서부터 각종 경제-정치 현안들도 알고
보면 서로에게 감동을 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기 때문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서로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된 채 좀처럼 해결의 묘안을 찾기 어려울
때일수록 감동을 주는 일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감동은 두뇌의 우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큰 마음을 갖고
대국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21세기는 감동이 없으며 발전을 기대하기 더욱 어려운 시대이다.

감동을 파는 일에 서둘려야 할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