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오염사고, 정보통신, 해외투자 등과 관련한 분쟁이
급증하면서 이들 분야를 특화해 활동을 벌이는 전문변호사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국내 법률시장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판.검사출신 변호사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앞으로 닥칠 법률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한 생존전략의
하나로 이들 변호사들은 미국의 로스쿨 등에서 특정분야를 전공하거나
변호사자격증을 획득, 고유의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88년 법률사무소를 개설한 정운섭변호사(40)는 개업후 수년동안
소송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교통사고, 손해배상 등 민.형사 사건 등의
변호를 맡아오다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자 해외투자 분야를
특화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대중국 투자 붐이 한창이던 지난 93년 평소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인의 대중국 투자에 관한 법률자문을 맡게된 것을 계기로
중국투자 전문변호사로 탈바꿈하기로 결심했다.

바로 미국으로 날아간 정변호사는 조지타운대에서 1년간 중국법.
국제거래법, 해외직접투자 등을 공부하고 석사학위와 함께 미국
변호사자격증을 획득한후 귀국했다.

이번달에 중국투자관련 전문 법률사무소를 다시 연 그의 사무실에는
해외투자에 관한 모든 절차를 대리해 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정변호사는 "기업들이 국제거래, 해외투자을 하기전에 법률가의
조언을 받지않고 분쟁이 발생한 후에나 찾아와 분쟁해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며 "계약체결에서부터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계약서 등에 한 두 문구만 삽입하면 각종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정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손광운 변호사(36)는 환경 분야를
특화했다.

그는 원래 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창립멤버로 그동안
시국사건과 양심수 변론, 영세민 권익 등 인권보호 활동에 앞장을
서 왔다.

그러나 문민정부출범후 인권보호의 폭이 상당부분 좁아지자
환경쪽으로 눈을 돌렸다.

어느 부분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환경관련지식을 보완하기위해
지난해 2월 미국 하바드에서 환경법, 국제 환경법 등을 수강하고
국토이용개발에 따른 환경침해 분쟁을 연구했다.

"환경은 생명이다"라는 구호가 걸려 있는 사무실에서 그는 요즘
한탄강폐수방류 오염사건, 경기 포천군 병원쓰레기 소각장 건설사건,
광릉수목원 위락단지조성 사건 등을 수임맡는 등 쉴틈없이 일에 몰두
하고 있다.

최근 한국전기통신공사가 2~3명의 전문변호사를 뽑기위해 국내
최초로 낸 정보통신분야의 법률전문가 초빙공고에서 15명내외의
변호사들이 원서를 내 5~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접수자들은 모두 30대 초반의 젊은 층으로 미국 콜롬비아대,
보스턴대, 프랭클린 피어스 로센타 등에서 지적재산권.국제통상법.
정보통신 등을 전공, 미국현지에서 변호사자격증을 획득한 전문
변호사들로 밝혀졌다.

또 대다수가 김&장,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등 국내 대형 로펌(Law firm)
출신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전문화 현상은 정보분야, 해양법, 소프트웨어법,
지적재산권, 특허권, 조세 등으로 활동영역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사법연수원은 이같은 추세를 반영, 내년 3월부터 대학원
운영방식을 도입해 연수원생들을 상대로 전문분야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 한은구.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