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세계무역센터(경남WTC) 설립위원회(위원장 김호일 신한국당의원)는
30일 오후 통상산업부 중소기업청 등의 후원으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미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밴 화이팅교수를 초청,
"한국의 세계화와 지역화전략"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중소기업 국제경쟁력 강화분야의 연구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밴 화이팅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화.개방화 시대에는 수출위주의
대기업보다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시장 위주의 중소기업이
국가경쟁력의 근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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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정부가 범국가적 차원에서 기치를 내건 "세계화" 전략은
그 개념 정의와 구체적인 시행정책에 있어 다소 모호성과 정치적
함축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의 국제화 개방화에
대한 의식을 고양시키는 등 긍정적 효과를 불러왔고 시대적 당위성도
갖게 됐다.

또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 이후 지방자치제도의 활성화와 함께 급부상
하기 시작한 "지방화"의 모토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 <>불균형한
지역간 경제발전의 자발적 해소 <>특화된 지역발전전략 수립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같은 세계화와 지방화의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국가간의 관계론에 기초한 세계화나 중앙정부의 상대적
개념으로서의 지방론과 같은 등식으로는 양자가 상호 보완적인 측면보다는
대치적인 경향을 나타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무한경쟁체제로 접어든 세계 경제상황 안에서 이에 대한
총체적인 파라다임의 전환과 해결책 제시 없이는 국가적으로나
지방적으로도 세계화에 걸맞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오늘날 세계와 지역은 상호 역동적 관계를 맺고 있고 필수불가분의
병립성을 지니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region)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치.경제적 정의를 내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전통적인 지역주의는 한 국가내의 특정지역, 즉 혈연 지연 학연
언어 문화 등에 의해 대표되는 자연적 구별의 소규모 평면적 생활군을
지칭해 왔다.

한국 등 전통적인 아시아국가들에서는 배타적 의미의 "지방(province)"
이라는 말로 더 잘 표현되어 왔다.

이같은 배타적 의미의 지방개념은 지방이 단순히 한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일부분이라는 국가주의적.중앙정부집중적인 대규모 생산업자
중심의 폐쇄적.종속적 지역관을 발전시켰다.

이같은 지역관은 중앙정부에 의해 정치적으로 오용되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교통과 통신망의 눈부신 발달로 과거와 달리 이제 한 지역이
단순히 평면적.행정적 구분에만 머물 수 없게 됐다.

이는 어느 한 지역이 다양한 역할을 통해 기능적으로는 여러개의
지역으로 중복돼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세계가 "지구촌"이라는 단일개념이 더욱 강해짐에 따라
국제관계의 주체를 초월해 여러개의 국경지역을 연결하는 기능화된
다국적 지역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통적 지역주의는 지방자체의 특화된 기업 및 산업육성과는 동떨어져
있다.

주로 전국적 규모의 대기업을 선진외국의 경쟁업체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역에 있어서의 독점적 권리를 보호해주는 정책으로 운영돼왔다.

그러나 세계화와 개방화가 진전되고 다양화된 지역주의가 활성화됨에
따라 국가나 수출위주의 대기업만이 경쟁력의 근간되던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보다는 시장과 소비자에 보다 밀착돼 있는 지역기반의
중소기업이 국가경쟁력의 토대가 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직업의 대부분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
의해 창출된다.

또 수출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중소기업의 육성이 필요해진다.

즉, 정부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새롭게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화된 각 지역산업의 직접적인 세계 시장점유율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현대의 경쟁력은 <>전반적 품질관리 <>낮은 제품단가 <>적시
상품공급 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원산지에 직접 위치하고 있고 특화돼있으며 물류이동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에 자리잡은 기업이 국제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과거방식의 수출산업이냐, 내수산업이냐의
산업구분에서 벗어나 세계시장과의 직접적인 관계설정에 주력해야 한다.

지방화시대에서 중앙정부는 단순히 지방이 국가를 대체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세계화를 이루는데 있어서 지방과 중앙정부가 상호
보완적 주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중앙정부는 각 지역에 특화된 중소기업을
육성하는데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에 집중되던 해외 직접 자금조달도 지역의 세계화 전략이라는
맥락에서 지역산업에 직접적으로 유치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같이 지역산업에 대한 해외 자금유치강화는 지방의 세수나
직업창출에 있어서 도움을 줘 지방화의 진전에 큰 기여를 한다.

또 세계적 수준의 기술.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계기가 만들어줌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서 대기업위주의 특혜정책 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지방의 세계화를 위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3개의 견인차는 지역중심의
<>정부 <>산업계 <>학계라 할 수 있다.

이 3개의 주체는 각자에게 주어진 고유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자의적이고 일관성없는 정책을 지양하면서 시장경제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

특히 교통.통신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교육 등 공공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와함께 세계시장에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는 지역의 유망산업을
자의적인 정책적 선택이 아닌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율적으로 선택.
육성시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정부로의 과감한 권한이양도 선행돼야 한다.

다음으로 학계는 연구.개발을 주도해야할 임무를 지니고 있다.

학계는 지속적으로 연구인력수급과 기술개발 등을 이끌고 기업이
급변하는 기술발전에 따른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게 뒷받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계는 지역을 기반으로 해 실질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세계시장 속에서의 지역점유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지역은 통신 및 정보망을 통해 세계와 연결돼야 한다.

또 세계속에서 공동이익에 기초한 "가상 공동체(virtual community)"를
형성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가상지역간의 협조속에서 효과적으로
세계화에 합류할 수 있다.

즉, 가상공동체의 성립과 연결은 지역이라는 소규모 기반을 공동의
이익과 관심에 근거해 세계적으로 대규모화할 수 있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서로의 공동관심속에 문제점을 발견해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있어 정보를 효과적으로 집약시킨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최근들어 점점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는 인터넷 등 초고속 통신망의
국가적.지역적 중요성도 이같은 정보의 공동이용이라는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

세계화와 지역화에 있어 그 연결점이 되는 "정보화"는 단순히 정보의
홍수속에서 휩쓸려 떠밀려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보화는 <>단순한 데이터(data)를 쌍방향의 통신형태인 "정보
(information)"로 전환하는 작업 <>이 정보를 보다 조직적이고 목적성
있는 "지식(knowledge)"으로 전환하는 작업 <>그리고 다시 이 지식을
문제해결로 이끌어가는 고도의 "사고력(intelligence)"의 과정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이같은 일련의 정보화를 위한 데이터의 처리과정이 산.관.학의
협력을 통해 기술혁신의 단계로 마무리되어질때 한 지역은 진정한
국제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세계화와 지역화의 진정한 의미는 세계속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국가 대 국가로서의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하나의 지역을 독자적이고 병립적인 경제주체로 보고 그
목표지역을 시장 공략의 중심으로 전환하는 "세계의 지역화"를 말한다.

둘째 한 국가가 진정으로 세계화되고 국가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에 특화된 중소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즉, 산.관.학의 세 주체가 지역을 중심으로 세계속의 가상동공체를
염두에 두고 역량을 집중하는 "지역의 세계화"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성공적인 세계화.지역화의 추진여부는 세계화.지역화라는
대명제를 이루게 하는 2개의 역동적 요소, 즉 "세계의 지역화"와
"지역의 세계화"라는 경향을 한 범주안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조화.
발전시켜 나가느냐 하는 전략적 사고와 그 집행의 총체적 흐름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세계화와 지역화를 역동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중간매체인
정보화가 세계화와 지역화의 양자 사이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느냐가
중요하다.

< 정리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