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영인들은 정치인들이 기업경영과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막상 경제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매우 낮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홍콩에서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가 우리나라
를 비롯한 아시아지역 주요 10개 국가및 지역의 기업임원 독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결과다.

리뷰지가 홍콩의 여론조사기관인 아시아 스터디에 의뢰해 아시아지역 유력
기업들의 이사급이상 임원 3천명에게 팩스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조사에서
"정치인들이 기업경영과 경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설문응답자들은 전체의 30.8%가 "전혀 모른다", 나머지 69.2%는 "그저
그렇다"고 답해 정치인들의 보다 많은 경제지식이 아쉽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비해 싱가포르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82.8%가 정치인들의 경제지식이
아주 높다고 대답했고 "그저 그렇다"와 "전혀 모른다"은 응답은 각각 13.8%
와 3.4%에 불과해 우리나라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정치인들이 경제에 문외한이라고 응답한 우리나라의 경영인들의 비율은
조사대상 10개국 평균 7.3%의 4배에 이르는 수준이며 18.2%로 두번째를
차지한 필리핀 보다도 월등하게 높은 수치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이 경제를 잘 알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는
경영인들의 응답이 0%를 기록한 유일한 나라였다.

리뷰지는 또 우리나라가 정치와 경제가 비교적인 밀접한 함수관계를 지니고
있고, 정치적 환경에 경제가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경제가 최고통치자 한사람에 의해 좌우되느냐는 질문에 인도네시아
응답자들은 1백%가 "그렇다"고 답했고, 이어 말레이시아 84.2%, 필리핀
64%, 한국 62.4%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최고통치자의 후계자와 관련,우리나라 경영인들은 64.3%가 후계자가 제대로
양성되지 않고 있다고 응답, 후계구도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응답은 홍콩(64.3%) 태국(88.9%) 등도 높게 나타났다.

또 만약 최고권력자가 갑자기 바뀌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75%)와 필리핀(56%)에
이어 37.5%로 높은 응답이 나와 통치자 한사람의 의사가 경제에 강력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질문에 호주와 일본의 경우 전체 설문대상자들의 50% 이상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 이들 국가의 경영인들은 자국의 정.경이
철저히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