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20m 30m 깊어가는 수심.

밑으로 내려갈수록 아름다운 고기떼, 산호들의 꽃동산, 희한한 바다생물이
내 눈을 어지럽힌다.

황홀 그 자체다.

도심에서 찌들었던 모든 공해덩어리와 사무실에서의 스트레스가 해저속으로
씻겨 나간다.

스킨스쿠버하는 사람들을 보통 다이버(diver)라고 하니까 나도 다이버인
셈이다.

내가 스킨스쿠버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93년 어느 여름날.

퇴근하는 지하철에서 어깨너머로 훔쳐본 신문기사가 내 인생을 바꿔놓았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약간의 충격과 묘한 흥분을 느꼈다.

바다를 휘젓는 다이버의 컬러사진을 곁들여 신문 한면을 장식하고 있는
스쿠버다이버기사가 바다와 전혀 인연이 없던 나를 바다로 이끌었다.

바로 실행에 옮겼다.

메모해둔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고 그로부터 1달동안 올림픽공원 다이빙풀
에서 기초적인 다이빙요령을 배웠다.

처음으로 나서게된 바다투어는 강원도 북분해수욕장.

장비를 차려입고 뛰어드니 나는 영락없는 가을날의 낙엽이었다.

지도강사는 무거운 납덩어리처럼 밑으로 쑥쑥 내려가는데 나는 이리저리
휩쓸리기만 했다.

도무지 내려가지 못했다.

그렇게 바다밑 구경도 못하고 헤맨날이 1주일여.

가을무렵부턴 몸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손으론 방향을 잡고 오리발로 자맥질을 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처음엔 10m, 다음엔 12m, 그 다음엔 15m 등 밑으로 내려갈수 있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정신이 맑아졌다.

호흡은 힘들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열대어와 부딪치기도 하고 산호도 딸수 있게 됐다.

3년이 지난 지금은 나도 어느덧 중고참이 됐다.

"열린바다"나 "천리안 스킨스쿠버 동호회"의 정식회원도 됐다.

장비도 갖추었고 바다속 파도방향도 직감적으로 느낀다.

약간의 모험도 즐긴다.

하지만 나는 지금도 철칙으로 지키는게 세가지 있다.

이것은 초보자들의 경우 더욱 명심해야 한다.

먼저 30m이하로 내려가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기압이 높아져 산소통을 통한 호흡에서 질소중독을
일으킬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절대로 혼자선 다이빙하지 않는다.

자칫 위기상황이 닥칠 경우 도움을 받으려면 최소한 2사람 이상이
짝을 이뤄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수면위로 올라온다.

보통 10m수심에선 40~50분정도 견딜수 있지만 나는 30분정도가 경과하면
바로 나온다.

장비가 아무리 훌륭해도 탈이 날수 있기 때문이다.

정대식 < 기업은행 수신부대리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