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농수산물및 중소기업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양상을 보면 모택동식 "인해전술"을 떠올리게 된다.

한국시장에 중국산 농수산물이 범람하고 있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최근에는 농수산물 외에도 컴퓨터 등 전자제품에서부터
이쑤시개에 이르기까지 별의별 중소기업 제품이 한국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 23일 통상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드러났듯이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는 국내 시장을 100% 점유하는 품목까지 나오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중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진지 겨우 4년만에 품목에 따라서는 우리의
중소기업제품 시장을 중국에 거의 내주다시피 했으니 양국간 무역관계가
본궤도에 진입하게 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걱정이 아닐수 없다.

물론 한국의 대중 무역은 전통적으로 흑자를 누려오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수출 91억달러, 수입 74억달러로 1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흑자는 주로 중화학 섬유 기계류 등 대기업제품의
수출호조에 힘입은 것으로 중소기업 제품의 교역은 오히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중소기업 제품의 수입이 이처럼 봇물을 이루게 된데는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약화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국산 제품의 품질향상을 꼽지 않을 수 없다.

확실히 최근에 수입되는 중국산 제품들은 "싼게 비지떡"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 놓기에 충분할만큼 품질면에서도 괄목할 만한 향상을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자급자족하던 품목들을 하나씩 하나씩 잠식해
들어오는중국산 중소기업 제품들을 보면서 우리는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중국산 중소기업 제품을 수입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중국산 제품들은 대부분 우리가 필요로 해서 들여오는 것이기 때문에
막는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다만 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 차원에서 다음 몇가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국내 중소기업 제품중 선별적으로 살릴 품목은 살리되 정리해야 할
품목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는 품목을 억지로 붙들고
앉아 있느니 그 에너지를 경쟁력있는 품목에 집중적으로 쏟는 것이 투자의
효율성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둘째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원료공급을 보다 원활히 하기 위해 현행
원료공급체제및 관세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

최근 중국산 아연괴 덤핑 제소사건에서 보듯 원료공급의 제약은
중소기업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또 원료 수입에 따르는 중소기업의 고비용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관세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수입대체가 가능한 국산품이 개발됐을 때는 금융 세제상의
과감한 지원책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정책적 지원은 커녕 수입대체를 가로막는 수입상들의 횡포가
묵인되는 한 멀지 않아 우리의 안마당까지 외국제품에 고스란히 내주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