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TV나 라디오, 심지어 500원짜리 복권까지 "경품"으로 해외
여행 몇박며칠이 예사가 돼버렸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해외여행이 일반화될 정도로 "부유국가"가 됐는지
모르지만, 어쩐지 거품위에서 놀고 있다는 기분을 떨칠수 없다.

요즘 신문이나 뉴스를 대하면 우리경제는 지금 "총체적 난국"에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우리의 어두운 면은 돈 잘 뿌리고 허세를 좋아하는
소비문화일 것이다.

갑자기 부자가 된 졸부근성이랄까.

자제를 모르고 겉치레만 중요시 여기는 흥청망청 문화를 버리지 않는한,
이제 "해 돋는 나라, 아시아의 용"은 추락하고 말 것이다.

국민들 개개인도 반성해야겠지만 대중매체에서 과소비를 부추기는 이런
"경품제"는 사라져야 마땅할 것이다.

기분이 아닌 내실을 다진다는 의미에서 해외여행 티켓이 아니라 얼마가
입금된 통장을 준다든가 하는 실리적인 경품도 있지 않은가.

과소비불감증에 걸린 우리에게 저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게 대중매체의
의무일 것이다.

지금은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아니다.

노력하지 않고 근검하지 않는 국민을 둔 부강국은 없다.

우리 모두 전쟁의 폐허위에서 쌓아 올린 피눈물나는 우리의 경제탑을
지키고 가꿔 나가는게 당연치 않은가.

이제는 대중매체부터 국민들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행위를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학춘 < 대구 달서구 이곡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