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주차를 퇴치하라"

주차요금을 받지않고 있는 서울시내 일부 대형기관.업체들이 얌체주차
차량들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무와는 무관한 외래객들이 온종일, 심지어 며칠씩 주차장에 차를 재워두
는 바람에 가뜩이나 심각한 주차난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다 이들 차량때문에
"진짜" 업무차량들이 옴쭉달싹 못한채 갇혀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주차문제 전문회사인 (주)합준기 주차개발이 여의도 한국방송공사(KBS) 본
관 및 별관, 논현동 주택개발공사, 화곡동 88체육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대치동 은마A상가를 대상으로 주차실태를 조사한 결과 5대중 1대꼴로 얌체
차들이 주차장을 점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얌체주차족들은 대부분 이들 기관.업체부근에 근무하거나 용무가 있어 방문
한 사람들로 무시로 차를 대고는 일을 보러 간다는것.

얌체주차 점유비율을 보면 주택개발공사가 30%로 가장 많고 <>은마상가 24%
<>KBS 17% <>88체육관 15% <>가락 농수산물시장 11%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중 얌체주차의 압권은 88체육관의 경우로 주차료가 비싼 김포공항 주차장
을 피해 이곳에다 차를 세워두고는 4~5일씩 국내.외 나들이를 한다고.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유료로 운영하고
있으나 오후 7시이후엔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주차장 게이트를 열어놓기 때문
에 아침일찍 또는 낮에 차를 댔다가 주차장직원 퇴근후 유유히 차를 빼내가
는 사례가 허다한 실정.

가락시장 주차장은 이달들어 요금징수시간을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
지로 바꾸면서부터 얌체주차족들의 방문행렬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이들 기관.업체관계자들은 얌체주차족을 가려내기 위해 종종 방문목적을 캐
묻고는 하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설혹 적발하더라도 "바빠
서 그랬는데 정말 죄송하다"라는 말앞에는 어쩔수없이 봐줄수 밖에 없지않느
냐고 고충을 털어놓고있다.

그러나 서울시내에서 몇 안되는 이들 무료주차장의 "주차인심"도 조만간 자
취를 감추게될 전망이다.

자동주차권발권기 차단기 요금정산기등을 갖춘 주차장 유료화작업을 서두르
고 있기 때문이다. <김삼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