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반업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적인 클래식주자및 단체들의 음반에 한국가요를 포함시키는
크로스오버음반 제작이 급증하고 있는 것.

볼쇼이합창단의 "아침이슬", 바이얼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의 "만남",
클라리넷주자 리차드 스톨츠만의 "사랑하기 때문에" 등이 그 대표적인 예.

올들어 만들어진 이 음반들은 모두 상당한 판매고를 올리면서 스테디셀러
대열에 진입, 클래식음반업계의 한국가요삽입음반 제작붐을 예고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의 선두주자는 "볼쇼이합창단의 아침이슬"을 내놓은 서울음반.

서울음반측은 3월 중순 러시아 볼쇼이합창단이 우리가요와 가곡 4곡을
연주한 이 음반을 내놓고 같은달 22일 국립극장에서 음반발매 기념연주회를
개최했다.

음반에 실린 한국곡은 가곡 "보리밭" "그리운 금강산"과 가요 "아침이슬"
"사랑으로".

이 음반에는 SBS드라마삽입곡으로 주가를 올린 러시아민요 "백학"도 포함
됐다.

"약간 어색한 가사처리를 제외하고는 원곡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은 수작"
이라는 평을 받은 이 앨범은 발매 4개월째인 현재 1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두번째는 클라리넷주자 리차드 스톨츠만의 음반 "스피리츠"에 유재하의
가요 "사랑하기 때문에(Cause I love you)"를 담아 내놓은 한국BMG.

이 회사 역시 음반 출시직후인 6월7일 예술의전당에서 스톨츠만 초청
연주회를 열었다.

스톨츠만은 뉴욕필과 라스칼라등 100여개의 유명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82년 클라리넷주자로는 처음 미국 카네기홀에서 독주회를 가진 명연주자.

영화음악모음집 "비전"("길" "시애틀의 잠못드는 밤"등의 주제가 수록),
세계적인 재즈연주가들과 함께 연주한 "브라질"등의 크로스오버음반을 낸
바 있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팝음악이 아닌 특정국가의 가요를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

이 음반 역시 판매호조를 보이고 있다.

단 "사랑하기 때문에"가 "너무 가볍게 처리되지 않았냐"는 것이 중론.

가장 최근에 나온 음반은 95년 그라모폰 대상 수상자인 바이올리니스
트 막심 벤게로프의 앨범 "만남".

제작사인 "워너뮤직"도 이 앨범 발매에 맞춰 9~11일 서울 대전 부산에서
벤게로프초청연주회를 기획했다.

가수 노사연의 "만남"을 담은 이 앨범은 지난주 클래식음반순위 4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국내외 음반사들이 외국의 유명아티스트와 단체들을 동원, 우리
가요를 포함한 음반을 제작하는데 대해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 "한국음반
시장의 규모가 아시아지역 2위 세계 10위로 성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탁씨는 그러나 "앞으로는 유명연주자가 한국곡을 연주한다고 무조건 반길
것이 아니라 발음이나 뉘앙스등에서 원곡의 분위기를 손상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 조정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