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강화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출범한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15일 개혁방향과 추진과제를
내놓고 본격적인 의견수렴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개위의 운용과정과 국내 노사관계 상황을 보면
과연 노동개혁이 소기의 목적을 거둘 수 있을지 우려된다.

재계는 노동개혁 자체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개혁의 당사자로 참여하고 있지만 지난번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노사분규시 민노총이 보여준 전략은 노동개혁의 참여
주체로서 개혁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걱정스런 마음을 갖게한다.

또 대부분의 국민들은 노동계가 반대하면 개혁의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노개위는 노사양측과 국민을 안심시키는 노력을 우선 기울여야
할 것이다.

노동개혁의 의미를 협의로 보면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이에
의해 발생된 파이(pie)의 증가분을 노사가 공유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의 선진국이 경험한 바이다.

이에 비추어 볼때, 만약 노동개혁에 임하는 한국노총과 민노총 등이 이를
전략적으로 선명성.경쟁을 통한 세불리기에 치중한다면 노동개혁이 좌절되는
이 경우 국가경쟁력강화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잃게 되는
결과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경제논리에 입각해 "경쟁력강화 <>삶의 질 개선"이라는 수순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이 노개위의 당면과제라는 얘기다.

노개위가 이같이 어려운 직무를 성공적으로 감당해 내기 위해서는
학계나 언론계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된다.

노개위나 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 민노총 경총 등은 모두
제한된 예산과 인원으로 시간에 쫓기면서 개혁작업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되도록이면 올해내에 국회에서 법의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고 이를 위해 9월 중순경에 개혁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일정을 제시해 놓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토록 시간이 촉박하지만 언론이 이 문제에 대해 심층취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이에 대한 당정협의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개혁의 일정이 촉박한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노개위는 국내외
연구를 최대한 활용함은 물론, 심포지움 등을 통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축적된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노동관련 학회에서도 노동개혁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정책세미나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이는 빨라도 9월경에나 가능할 것이며
이 경우 학계의 연구가 위원회의 안에 반영되기에는 시일이 너무 촉박하다.

조사관계개혁위원회의 운용전략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 하나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공익위원들이 중심이 되어 미리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또 이보다 모양새가 나는 방법으로 노동관계 전문가들과 당사자들의
의견을 미리 개진하고 이것을 반영해 시안을 작성하는 방식이 있다.

주어진 짧은 기간내에 위원회에 속한 공익위원들이 초안을 완료한
후 이를 근거로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은, 이미 작성된
시안을 홍보하고 이의 수용을 설득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위원회에 주어진 예산과 시간적 제약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는 만약 이러한 전략이 실패할 경우 학계나 언론계에서 노동개혁의
성공을 위해 도와줄 방법이 궁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노개위는 문을 활짝 열고 도와줄 마음이 있는 관계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빨리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노사관계개혁위원회의 안은 대외비로 외부노출이 통제되어
있고 한국노총 민노총 경총 등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16일부터 지금까지의 연구를 기초로 하여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지만 수차례 공청회로 충분한 의견을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다.

금융실명제나 부동산실명제는 개혁의 성격상 사전적 정보누출이
불가능한 분야이다.

이에 비해 노동개혁은 이에 관련된 이해당사자의 수가 훨씬 많다.

철저한 보완속에 진행되는건 좋지만 그러다간 쓸데없는 오해를 사기
쉽다는 얘기다.

또한 노동개혁은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기 힘든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이를
완충시키는 동시에 대국민 설득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학계와 언론의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과제이기도 하다.

문민정부의 마지막 개혁이자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노동개혁의
진행 과정에서 언로가 제한적이어서 노사관계개혁이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