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오랜 삶 속에 면면히 흘러내리고 있는 "더불어 살고,
더불어 즐기며, 괴로움과 어려움"을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좋을 미덕과
풍습을 갖고 있었다고 확신하고 싶다.

적어도 30~40년 전 빈곤 속에서도 그러했고, 오늘날에도 일부 지역
사회에서 면면한 맥이 있음도 말하고 싶다.

오늘날 과거보다는 풍요 속에 살면서도 마음의 느낌은 냉랭하고,
각박한지, 인간미란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한민족에 흐르던 더불어 사는 사회가 과거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모임은 좀 색다르지 않을까 하고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나라 땅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진화되고 있는, 사람이 아닌
자연의 한 구성체인 식물 중에서도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동호동락하고 있다.

바로 "한국자생란보존회"이다.

대전지역에서 우리의 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81년도에서부터 15년동안
모임을 갖고 있다.

그 중엔 육군철 공주대학교 대학교수 사업가 공무원 운전기사 연구원
전조폐공사 연구소장 한순교 박사 등 각계각층의 여러분들이 오로지
한국 자생난을 키우고 모든 이에게 즐거움을 줄 원예화를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자연스러운 민초의 삶과 같은 우리 난의 가치를 높일
목적하에서 서로의 친목을 다지고 있다.

정기모임은 12월에 비정기 모임은 수시로 친목도모와 같이 전국을
산행하면서 이름을 부쳐줄 우리의 난을 찾아서, 찾은 난의 자연적인
생태조사와 재배기술 등을 교환하고 있다.

우리 것이 좋음을 전시도 하면서.전시회는 매년 3월초 대전에서 하며,
올해도 3월에 전시회를 열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변에 황금만능주의, 권위주의 등이 우리 주변을
오염시켰고 산하를 오염시키고 있음은 무엇보다 가장 가슴아프게 생각한다.

그래도 우리 난을 사랑하는, 더 나아가 자연과 호흡하며 더불어 사는
우리 이웃이 있어 즐거운 삶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하늘과 땅과 모든
자연과 사람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정치판이 그렇고, 경제를 좌우하는 기업이 그렇고, 우리의 좋은
고유문화가 변질됨도 그렇고, 이웃이 그렇고, 사회가 그렇다고 할지라도,
자연과 더불어, 우리 것을 사랑하는 사람과 더불어, 우리의 후손과 함께
이심전심, 염화시중이 통했으면 한다.

자기 이익집단 (기업 동창회 정당 가족 등)의 개인 이익 추구에
연연하지 않고, 세계인과 대자연 우주를 품을 수 있고 더불어 삶을
공유하는 혜안의 세계로 우리 함께 가기를 기원하며, 은은한 우리 차나
한잔 하면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