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엘도라도를 잡아라"

멀티미디어 문화가 만개하면서 새로운 "황금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관련 산업을 겨냥한 대기업들의 진군이 본격화됐다.

업계는 국내 멀티미디어 시장 규모가 오는 2000년께 줄잡아 2조7,000억원
(삼성경제연구소)에 이를 것으로 예상,기회 선점을 노려 다투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산업의 특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그동안 시장 포화상태를 맞은 것으로 여겨져 온 TV의 경우
위성방송이 시작된데다 PC통신 기능과도 결합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새로운 부가기능의 신제품 수요가 봇물 터지듯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TV수신기를 이용하는 VOD(정보주문형 비디오) 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있으며 성숙 단계에 들어선 VTR를 대체할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플레이어도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들 하드웨어 부문에 거의 빠짐없이 교두보를
다져놓은 데 이어 최근에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사업에 부쩍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사업은 음성 데이터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통합, 새로운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시대의 첨단 유망 비즈니스로 꽃필것이라는
게 삼성측 판단이다.

삼성은 이에 따라 최근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초고속
정보통신 사업단"을 발족시켜 디지털 전송장비 및 VOD GOD(주문형 게임)
세트톱박스 등 단말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전자 금강기획 등을 중심으로 인공위성사업과 영화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 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스타" 프로젝트의 경우
인도 태국 지역을 서비스권역으로 삼고 있는데 이어 위성체 25기를
독자 제작키로 하는 등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LG그룹은 CD-i(대화형 콤팩트 디스크)등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사업을
다지고 있는 한편으로 최근 사업권을 따낸 PCS(개인휴대통신) 서비스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기존 대기업그룹들의 "디지털 비즈니스 사냥"은 최근 한솔
제일제당 등 중견 그룹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바야흐로 재계 전체가 디지털 열풍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