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동이 트기전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북한강을 옆으로 철마가
달린다.

상큼한 아침 바람이 기관사의 뺨을 스친다.

신선한 공기를 흠뻑 들이마신 기관사의 가슴은 어느덧 새벽길을 달리는
설렘으로 가득찬다.

최상만 기관사.

철도청 소속 공무원인 그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의 나이 스물 아홉.모두가 인정하는 신세대 젊은이다.

그러나 하늘색 제복에 금테 두른 모자를 쓰고 새마을호 기관실 운전석에
당당히 앉은 그에게서 "X세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남들이 꺼리는 철도기관사의 제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당당하기까지하다.

신세대의 자랑스런 모범인 것이다.

그에게는 출퇴근시간이 따로 없다.

기차 타는 때가 근무시간이다.

남들이 깊은 잠에 빠져있을 때에도, 주말의 한적함에 취해있을 때에도
그는 달린다.

한달에 열흘 정도는 부산 광주 장항 춘천등에서 잔다.

결혼한지 이제 갓 1년.

아직 신혼의 꿈에 젖어있을 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기관사는 하루하루의 일에 만족한단다.

자신이 운전하는 기차가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 승객들이 삼삼오오
플랫폼을 빠져나가는 것을 볼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그는 기관실에 앉으면 부러울게 없단다.

기관사 생활에 후회가 없느냐는 물음에 그는 "후회는 없다.

다만 달릴 뿐이다"라고 말한다.

지난 86년 철도고 졸업과 함께 그는 꿈에 그려왔던 기차 운전사가 된다.

기관실에 앉은지 올해로 10여년이 되는 셈이다.

기차를 탄지 처음 8년간 그는 기관사의 일을 돕는 기관사조사에
만족해야했다.

철도 기관사는 수백명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한다.

당연히 기관실 규율이 엄할수밖에 없다.

선배 기관사의 엄격한 훈련이 이어졌다.

그는 이를 마다않고 배우고 또 배웠다.

모범 기관사조사는 지난해 1월 정식 기관사로 승진, 지금은 주로
새마을호를 운전한다.

그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아 생체리듬 조절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고참들이 적절히 운행시간을 조정해주고있지만 업무 특성상 힘들수
밖에 없다.

그래도 그는 "남들이 일하는 평일에 쉴수 있어 한적하게 등산 볼링을
할수 있다"며 또다른 행복을 찾는다.

최기관사에게는 철도고시절부터 품어왔던 두가지 꿈이 있다.

하나는 TGV같은 고속철도를 운전하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통일이
돼 백두산역까지 달리는 것이다.

"첫번째 꿈은 곧 실현될 것 같아요.

우리도 고속철도 공사를 하고있잖아요.

두번째 꿈도 멀지 않아 이뤄지겠지요.

그날을 기다릴 뿐이에요"

신세대 기관사 최상만씨는 모든 일에 낙관적이다.

<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