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 쌍용할부금융 사장 >

나의 사무실에 지운영(1852~1936)의 "백락상마"라는 동양화 한 폭이
걸려 있었다.

백락선생이 좋은 말을 만나(상마) 감탄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백락은 옛날 중국 주나라 때의 유명한 말 감식가였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준마를 팔려고 저잣거리에 사흘동안이나 내놓았는데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그런데 백락이 그 말을 한 번 살펴보고 감탄하는 표정을 짓고 돌아온
후로는 말 값이 열 배로 치솟았다고 한다.

이 얘기는 아무리 훌륭한 말이라도 백락의 감식을 거쳐야 준마가 되듯이,
아무리 훌륭한 인재가 있어도 그를 알아주는 현명한 사람이 있어야
그 인재도 재능을 발휘할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GE(General Electric Co.)사의 경영혁신 사례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몇년 전에 미 하버드대에서 발간한 "90년대를 준비하는 GE"라는 경영혁신
사례를 아주 감명깊게 읽은 바 있다.

지난달 우리그룹 사장단 일행은 GE코리아의 강석진사장을 초빙해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의 체험담을 곁들인 강의에 모두가 흥미있어 했다.

지금 GE의 웰치 회장은 15년째 그의 경영혁신운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분명 그는 위대한 스타요, 경영자이다.

그러나 위대한 스타의 탄생도 그를 발탁할 줄 아는 백락과 같은 전임
존스회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존스는 9년동안이나 후임을 물색하던 끝에 웰치를 후임 회장으로 앉혔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많은 인재를 필요로 한다.

우리에게도 지혜있는 백락들과 존스들이 나타나서 더 많은 준마들과
웰치들을 발탁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