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가 젖꽃판에 그린 매화를 다듬기 위해 붓끝으로 언홍의 젖꼭지를
건드리자 언홍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스르르
주저 앉으려고 했다.

"그래 앉아도 좋아. 무릎을 꿇고 앉으라구"

가사는 붓을 벼루의 먹물에 듬뿍 찍어 이번에는 언홍의 배꼽을 중심으로
국화를 그려나갔다.

명치 근방까지 국화 송이들이 퍼져나갔다.

붓끝이 뱃가죽을 스치고 지나갈 적마다 언홍은 야릇한 감촉에 상체를
조금씩 뒤틀었다.

"이제는 누워 봐"

언홍이 가사의 지시에 따라 천장을 바라보며 방바닥에 반듯이 누웠다.

가사는 다시 한번 붓을 먹물에 찍어 언홍의 불거웃을 바탕으로 하여
난초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언홍의 불거웃은 가늘고 작은 난초잎들처럼 보였다.

"음"

가사는 스스로 만족해 하며 자기가 친 난초와 이미 자연적으로 돋아나
있는 난초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먹이 묻은 붓을 물에 말끔히 씻고는 그 붓끝으로 난초의
잎과 뿌리가 만나는 지점, 다시 말해 뿌리가 시작되는 지점을 부드럽게
건드렸다.

언홍은 붓끝이 그곳을 건드릴 적마다 전신이 지릿지릿하여 두 다리를
버둥거리며 신음을 거칠게 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홍이 그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자 가사가 "어 어" 하며 붓을
손에서 놓았다.

그리고는 급하게 언홍의 몸 위에 올라왔다.

"오랜만에 섰어. 얼른 넣어봐"

뭐가 섰다는 말인가.

언홍이 엉겁결에 손으로 더듬어보니 아닌게 아니라 지금까지 축 처져만
있던 가사의 물건이 힘을 쓰고 있었다.

이걸 넣으라는 말이겠지.

언홍은 가사의 물건을 손에 쥐고 자기 몸속으로 그것을 넣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가사의 물건은 그만 다시금 힘을 잃고 말았다.

남자의 물건을 몸속에 넣는 기분이 어떠할까 늘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언홍으로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힘을 잃은 그 물건이나마 구겨서라도 넣으려고 하였으나 잘 되지
않았다.

"세상에서 다른 일은 몰라도 이 일만은 불가능한 거야. 되려고 했는데
안 되네"

가사가 한숨을 푸, 내쉬며 애타게 노력하는 언홍의 손길을 막았다.

언홍도 제풀에 지쳐 손을 풀고 말았다.

"후"

또 한번 길게 한숨을 쉬고 난 가사는 다시 붓을 잡고 언홍의 허벅지와
장딴지에 대나무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 내 물건도 이 대나무들처럼 꼿꼿이 설 수 없을까"

가사가 탄식조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