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개천 이도건축대표(38).

그는 자신의 작업을 선건축을 구현해가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일률적으로 기능과 세련미가 강조되는 현대건축의 보편적인 틀에서
바라본다면 상당히 돌출된, 그래서 독특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건축분야를 포함한 기존의 모든 이즘(ism)이 서양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적인 것을 찾자는 움직임도 단순히 복고나 복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요.

건축이 과연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제 나름대로 찾은 해답이 바로
선입니다"

기독교에 대한 이해없이 서양건축을 알 수 없듯이, 한국건축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2천년이상 한국인의 심성을 지배해온 불교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김대표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선건축을 통한 생명공간을
추구해가고 있다고.

"흔히 기능주의 건축으로 불리는 20세기 건축에는 유리창을 많이 쓰는 등
오히려 반기능적인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허상일 뿐인 육체적인 쾌적만을 쫓는 건축에서 벗어나 마음을
담는 그릇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기에 불교의 선을 그것을
찾는 방법으로 삼고 있지요"

그렇다고 김대표의 작업이 현대적인 디자인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과 환경에 대한 이해와 함께 현대적 디자인의 기본요소를 충실히
생각한다는 그다.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원래부터 아름답지 않는 사물이 없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디자인요소를 발견하고 재배치하는 지혜가 중요하다고.

"최근에는 개인주택을 자주 짓게 됩니다.

예산뿐 아니라 건축에 필요한 모든 요소가 적으면 적은대로, 또 많으면
많은대로 물이 자연스레 흘러가듯이 작업하지요.

또 잘못 복원해 오히려 훼손되는 경우가 많아 현대적 사찰의 건축과
실내건축에 새로운 전형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1억원 남짓한 예산으로 지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데로"
(서울 사당동) "감나무 부처, 콘크리트 부처"(대전근교)등의 개인주택과
동국대 법당등이 대표적인 사례. (김대표는 자신의 작업 하나하나마다
작품명을 붙여놓고 있다)

"한국 자연의 본질적 법칙은 수학적 황금비가 아니라 부등변 삼각형,
그것도 완전하지 않은 것입니다.

위로만 자라는 나무를 무심한 바람이 좌우로 틀어주듯, 좌로 꺾을 듯하다
우로 꺾고 아래로 꺾을 듯하다 위로 틀어준 것이 바로 이도건축사옥
(중이 목탁을 치는 이유는)이지요"

바닥의 대리석, 벽면의 벽돌과 합판 어느 하나 새로운 것이 없는 남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이용해 꾸몄다고.

중앙대대학원 건축과를 졸업한 김대표는 3D빌딩 지암비코빌딩 UL전시장
신원영화학교, G.V2및 Basic Jean 각 매장 등을 디자인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