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도시들의 도로는 거의가 자동차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도시인들이 자동차를 갖는 것은 필연적일수밖에 없다.

그 결과 날이 갈수록 자동차 대수는 늘어만 가고 도시의 지표면은
물론 지하나 지상공간도 자동차로 가득 채워지게 되었다.

도시계획가들은 이처럼 가중되어 가는 교통혼잡을 타개하는데 지혜를
모으다 보니 자연히 자동차 중심의 도로를 만들어 갈수밖에 없다.

그것은 소음과 매연공해 교통사고등 부작용을 낳아 도시를 사람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생활편익수단으로 개발된 자동차가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흉기로 둔갑학 된 것이다.

유럽의 몇몇 나라들은 오래전부터 자동차를 위한 도시가 아닌 인간을
위한 도시로 변모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네덜란드는 지난 20여년에 걸쳐 주거지역 도로의 설계를 바꾸어
도로를 "생활을 위한 마당으로 만듦으로써 교통공해로부터 탈출했다.

"생활을 위한 마당"안에서는 모든 차량이 속도를 줄이고 조심스럽게
통과해야 하는가 하면 차량이 도로의 전부를 점유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여 도로의 많은 공간을 보행자들에게 제공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네덜란드와 유사한 교통안전구역제를 70년대 이래
전국의 수천개 지역으로 확산시켰다.

초기에는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나 지금은 도시 전역에 확대
되었다.

이 제도는 인근지역의 생활환경을 크게 개선시켰다.

일본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등의 도시들도 그 뒤를 따라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차량통행 제한 조치는 보행자들이 도로변이나 골목길로 밀려나지
않고서 도시의 도로를 안전하게 이용할수 있게 해 주었다.

서울에도 극히 일부 도로에 통행제한구역이 설정되어 있긴 하나
보행자를 위한 도시 도로체계라고 보기에는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대로변의 보도와 차도는 물론 뒷골목길에까지 불법주차가 비일비재한
현실이고 보면 보행자의 지옥이라고 해도 지나친 달현은 아닐 것이다.

때마침 서울시가 시내 이면도로 21곳을 내년부터 보행자 중심의
녹지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때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차량으로 가득찬 서울을 "인간을 위한 도시"로
만들어 가는 시발점이 되어지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기술은 인간의 좋은 하인이기는 하나 결코 좋은 주인은 아니다"는
자크 엘휠의 말을 새삼 더올리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