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옥과 여자들은 원앙의 문제를 놓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늙은 나이에 첩을 또 얻으려는 가사 대감을 성토하는 내용이 대부분
이었다.

보옥은 가사 대감이 큰아버지이긴 하지만 절대로 본받고 싶지않은
위인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하지만 보옥 자신도 장차 나이가 들면 큰아버지처럼 주책을 부릴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편 형부인은 희봉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원앙의 올케가 원앙을
만나러 간 일이 어떻게 되었나 하고 조바심을 치고 있었다.

형부인이 원앙의 올케를 불러 원앙을 잘 설득하라고 당부하게 된
것도 희봉의 머리에서 나온 계책이었다.

처음에 형부인은 원앙의 부모를 만나볼까 하고 희봉에게 의논하였다.

그러자 희봉이 원앙의 부모는 지금 남경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만나러
가는 일이 수월하지 않다고 하면서 대부인 수하에서 물품 구입을 맡고
있는 원앙의 오빠 김문상(김문상)이나 빨래일을 감독하고 있는 원앙의
올케를 먼저 만나보라고 조언을 해주었던 것이었다.

얼마 후 원앙의 올케가 와서 형부인에게 보고하였다.

"말도 마십시오. 마님, 그년이 얼마나 영악스러운지 글쎄 내 얼굴에
침까지 뱉으며 면박을 주더라니까요.

그저 굴러들어오는 복도 마다하다니.

그런 년은 마님의 집으로 들어가도 골치덩어리일 거예요.

아예 그년은 포기하시고 다른 참한 여자를 구해보시지요"

원앙의 올케는 아직도 분이 삭지 않았는지 식식거렸다.

"원앙이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줄은 몰랐네.

그 애의 부모를 만나거나 여기로 불러 올려서 원앙의 마음을 바꾸도록
하면 어떨까?"

형부인이 넌지시 원앙 올케의 의견을 물어보았다.

"집안 꼴이 말이 아닌데...."

원앙의 올케는 시댁에 무슨 일이 있는지 난색을 표하며 말끝을 흐렸다.

형부인이 좀더 구체적으로 묻자 원앙의 올케는 시부모님들이 몹시
아프다는 말만 하였다.

형부인이 희봉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니 남편 가사가 일이 어떻게
되었나 하고 급히 물었다.

형부인이 한나절 동안에 있었던 일을 알려주자 가사는 버럭 화를
내며 안절부절못하다가 아들 가련을 불렀다.

"즉시 남경에 있는 원앙의 아비를 불러 올려라"

"네 알겠습니다"

가련은 일단 대답을 해놓고 물러 나와 원앙의 집안 형편을 알아보기
위해 원앙의 오빠 김문상을 만나보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