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송 < 한양대 교수 / 법학 >

한국은 그간의 고속 경제성장 과에서 경제정의보다는 효율을 중시하는
정책을 펴왔다.

이로인해 헌법에 위배되더라도 당면 정책의 성취도와 편의를 증진시킨다고
판단되면 위헌적 입법을 주저하지 않았다.

현재 경제법령 가운데는 위헌법 법령이 상당수 남아 있다.

위헌법령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도출된 최고규범을 무시한 것으로 입법
타당성과 실효성이 없다.

국민에 대한 설득력을 가질 수도 없다.

헌법은 경제적 자유주의를 기본적 경제질서로 천명하면서도 현대헌법의
흐름인 사회적 경제이념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자유경쟁적 경제운용을 지향하면서도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위해 국가가 통제를 하거나 조정을 할 권능과 의무를
갖는 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있음을 뜻한다.

헌법 제1백19조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한 것은 자유경제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이 조항은 사회주의적 경제이념으로 인해 국민의 경제적 자유가 과도하게
침해되는 현상을 경계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경제의 기본질서는 어디까지나 경제적 자유주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헌법은 행동자유권 평등 직업선택의 자유 재산권보장등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은 다양한 계기로 제한을 받는다.

헌법37조는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는 이런 규정에 근거하여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적정한
수준의 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의 남용방지, 경제주체간 조화를 통한 경제
의 민주화를 경제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유형의 기본권 제한이든 이는 예외적 현상으로서 일정한
한계를 갖고 있다.

헌법은 "법률로써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법률의 근거없이 기본권을 제한한다면 아무리 그 제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국제그룹 해체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공권력이
법적 근거없이 직접 부실기업의 처분정리방침을 세운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법률의 위임에 의해 대통령령등 법규명령으로 기본권을 제한
하는 구체적 사항을 규정하는 예가 흔하다.

이 경우 위임의 한계가 문제된다.

특히 경제법령에는 이러한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이 무시되는 예가 많다.

조세법의 경우 법률에서 과세요건의 대강을 정하고 시행령에서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이 이의 대표적 사례다.

시행령에서는 다시 시행규칙에 대폭 위임하는 예가 많다.

헌법재판소가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토초세는 미실현이득을
과세대상으로 삼고 있어 그 세율을 현행법과 같이 고율로 할 경우 가공이익
에 대한 과세가 돼 토초세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결정한 것은 기본권제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사회적 시장경제 이념에 입각한 경제자유의 제한도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
한계를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 불가피한 경우에도 최소한의 제한에 그쳐야 한다는 원칙에도 충실해야
한다.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판단하는 것도 자유경쟁 시장이념에 입각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경제에 대해 규제 조정을 할 경우 자유경쟁 시장이념과 관련하여
그 필요성의 여부, 최소성의 여부, 본질적 내용의 제한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