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간접자본(SOC) 특별법 잠정안이 마련됐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관계부처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구성된 SOC
조정위원회를 설치, 여기서 결론이 나면 건축 토지형질변경 등에 대한
별도 허가를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력 수출화물수송 등의 실태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더이상 SOC건설이
늦어질 경우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가 빚어질 우려가 짙다는
결론이 나온다.

바로 그런 점에서 지역이기주의로 인한 국책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조정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무조건 따르도록 분명히
하려는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대형 국책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온 것은 한 두건이
아니다.

인천 국제공항의 경우 인천 서구청장이 신공항과 서울을 잇는 고속도로에
검암 인터체인지를 설치하지 않으면 토지형질 변경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나섰다.

또 전남 영광군수는 이미 내줬던 영광원자력 5, 6호기 건축허가를 주민들의
농성을 이유로 취소했다.

부산항 4단계확장은 신선대 일대의 해안매립에 대한 부산시의 반대로
계속 늦어지고 있기도 하다.

지방자치단체간 마찰이 빚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위천 국가공단은 이를 추진중인 대구시와 낙동강 수질오염을 내세워
반대하는 부산시-경남도가 팽팽히 맞서 있다.

전북 진안 용담댐 건설을 둘러싸고는 대전시 충남도와 전북도간 견해차가
두드러지고 있고 쓰레기소각장건설 등을 놓고 인근 시군간 마찰이 빚어지는
사례도 잦다.

이대로 가다가는 발전소 핵폐기물처리장 등은 세울 곳이 없고, 경부고속
철도는 중간역을 서로 세우려는 지자체요구로 일반 철도와 다를 것이 없게될
지경이다.

중앙정부에서 조정에 나서야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SOC조종위에서 결정이 나면 지자체를 거칠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은 규제
완화와 절차간소화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SOC조정위의 조정은 어디까지나 글자그대로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 또한 우리의 시각이다.

핵발전소 쓰레기처리장 등 주민들이 기피하는 시설을 사전적인 설득없이
SOC조정위의 조정만으로 마찰없이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시설물을 세우는데 따른 반대급부등 주민들의 득실을 충분히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노력이 우선 긴요하다고 본다.

최근 돌출된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불협화음의 사례중에는 글자그대로
100% 지역이기주의적 발상이 원인이 된 것도 없지않지만, 충분히 타협이
가능했던 것들 또한 없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시각이다.

전시대적인 고압적 권위로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군림하려든다면 지방자치
시대에 걸맞지 않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다.

국책사업의 초기단계부터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사업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반대가 있더라도 밀어붙일수 있는 특별법이 생기고 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다.

다른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SOC특별법도 그 제도에 못지않게 운용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