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전광역시 엑스포공원에서는 이색 합동결혼식이 열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타이어가 창립 55주년을 기념해 "노사화합보람 2000결의대회"를
열면서 대전공장내 미혼근로자 16쌍의 무료합동결혼식을 마련한 것.

회사측은 또 이들에게 각각 3백만원의 신혼여행경비를 지원, 사실상
모든 결혼경비를 부담해줬다.

이날 결혼식을 치른 30대중반의 근로자 김모씨는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결혼식을 미뤄 늘 아내에게 미안했었는데 이번에 회사측의
배려로 결혼식을 올리게 돼 기쁩다"며 "앞으로 가정과 회사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편 무료합동결혼식에 이어 잇따라 열린 노사화합결의대회와 한타문화제도
행사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엑스포공원은 한국타이어 전국 각공장에서
모여든 2천여 근로자들의 함성으로 메아리 쳤다.

한국타이어가 이같은 행사를 마련한 것은 앞으로 대립적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동반자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공존공영의 신화합을 이루자는
취지였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일부 징계해고자를 중심으로 강경노동운동이
표면화 되면서 평소 원만했던 노사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노.노분쟁이 발생, 일부근로자들이 노조사무실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는가하면 한달여간 정상조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지난 41년 설립이후 세계10대 타이어제조메이커로 성장하기까지
탄탄대로를 달려왔던 회사로서는 상당한 아픔인 동시에 충격이었다.

박승규 대전공장 생산지원팀장은 "당시 주문이 밀리는데도 생산현장은
먼지만 날리고 있었다"며 "그때처럼 안타까운 때는 없었다"고 돌이켰다.

비록 한때의 분규였지만 이같은 경험은 한국타이어 노사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노사양측은 험악한 분위기가 진정되기를 기다려 곧 현장분위기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회사측에서 전 임원들이 나서 근로자들을 상대로 직접 대화와
상담활동을 벌여 현장의 문제점및 고충을 처리하는데 앞장섰다.

수시로 노사간담회를 실시,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회사측의
입장을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또 노조는 근로자들로 구성된 "21세기 포룸"을 사내에 설치, 회사발전을
위한 건전한 의견의 제시와 함께 "쓸데없는 일 없애기운동" 등 현장에서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캠페인을 벌여나갔다.

노사양측은 나아가 지난해말에는 공동으로 "장기비전 13개항목"을 선언,
<>급여면에서의 동종업계 최고대우 <>복리후생의 질향상 <>가족만족
프로그램의실시 <>자기개발교육의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때 나온 것이 이익삼분법.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삼분의 일은 종업원의 생활수준향상에, 또 다른
삼분의일은 주주배당금으로, 나머지는 회사재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임영민 노조위원장은 "이 원칙은 노사양측이 생산과 분배에 다같이
협력할 수있는 동기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공감을 얻고있다"며
"반세기를 넘은 한국타이어의 지혜가 담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건희 사장도 "21세기 초일류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협력적
노사관계의 정착이 시급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앞으로 반드시 이익의
일부를 종업원 증진사업에 사용함으로써 명실공히 복지기업을 만들어
나갈것"이라고 밝혔다.

노사양측은 실제로 올해 임금및 단체협상에서 이 원칙을 충실히 지켰다.

지난해 1백40억원(세후기준)의 흑자를 올린 회사측은 올해 임금수준을
통상임금기준 13.5%인상하는 한편 단체협약에서 자녀학자금지원폭을
확대하고 안전수당도 신설했다.

또 가족수당을 근속년수에 따라 최고 2백50%까지 올려 회사에 대한
일체감과 애사심을 고취시켰다.

이와함께 5월을 "노사화합의 달"로 선포, "노사화합 보람2000"결의대회를
가지는 한편 어버이날을 맞아 미혼사원부모 86명에 대한 효도관광을
실시하고 장기근속자 2백70명에 대한 해외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2000년대 세계5위권의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한국타이어의 발걸음은
현장에 자리잡기 시작한 노사협력의식과 함께 더욱 힘차게 내뻗고있다.

< 대전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