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21세기 해양대국을 향해 항해의 닻을 올리는 제1회
"바다의 날"이다.

오래전부터 바다의 날을 법정공휴일로 정해 국민적 축제를 벌이고
있는 일본 등 선진 해양국들에 비해서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국민의 해양의식 고취와 관련산업의 발전을 도모하여 한반도에
신해양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지난 94년 유엔 해양법협약이 발효되면서 세계각국은 다투어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EEZ)을 선포하고 있고 이에따라 해양의
영토분할경쟁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우리 역시 EEZ 획정을 둘러싼 한-일간의 분쟁에서 그같은 열기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터이다.

비록 출발이 다소 늦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해양대국의 잠재력면에서
손색없는 면모를 갖추고 있다.

해운을 통한 수출입 물동량이 연간 6억6,000만t으로 세계 6위,
선박보유량 9위, 조선수주량 2위, 컨테이너 수송능력이 5위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바다에 대한 국민 의식이나 해양광물자원 및 에너지자원개발,
해양공간 이용기술 등에서는 "해양후진국"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21세기 해양시대를 맞아야
한다.

최근 윤곽이 드러난 정부의 해양개발 시행계획안을 보면 8대 시책사업에
향후 10년간 25조원을 투자하며, 올해와 내년에만도 각각 2조5,351억원과
4조860억원을 투자하도록 돼있다.

이와 관련해 특별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해양관련 투자가 이처럼
막대한데도 관련 행정업무는 통상산업부 농림수산부 과기처 외무부
해운항만청 수산청 등 무려 12군데 부처에 흩어져 있어 계획수립
과정에서나 투자의 효율성 면에서 많은 문제가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총리실 직속에 해양개발위원회가 있고 또 해양산업이란 것이
1차산업에서부터 3차산업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다양해 이 모두를
포괄하는 부처의 신설이 효율적일 수 있느냐는 시각도 있을수 있다.

그러나 바다의 날을 맞아 다른 무엇보다도 해양부 신설문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다시금 일어야겠다.

또 한가지는 개발과 보존이 조화를 이루는 해양산업정책이 수립,
추진돼야 한다는 점이다.

바다가 삶의 터전이 된 이상 개발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나 마구잡이식
개발로 생명의 근원을 황폐화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바다의 날은 해양개발의지와 더불어 각종 오염에
시달리는 바다를 되살리고 깨끗하게 관리 보존하려는 각오를 새롭게
하는 날이어야 한다.

정부는 지금 해양개발계획이 차질없이 수행될 경우 우리 해양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94년의 2%에서 2001년에는 5%로 확대될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펼쳐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해양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확고한
실천의지 없이는 허황한 꿈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뒤늦게나마 맞게 된 "바다의 날"이 일과성 기념행사로 끝나지 않고
21세기 해양대국을 향한 우리의 결의를 다지고 실천하는 출발점이
돼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