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를 합쳐도 기술력에서는 LG를 앞서지 못한다"(정장호 LG텔레콤
대표)

"교환기등 통신기기의 많은 분야에서 삼성이 1등을 하고 있는데 LG가
아직도 앞서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남궁석 에버넷대표)

2000년대의 대표적인 이동통신기술인 개인휴대통신(PCS)분야에 참여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현대 연합컨소시엄인 에버넷과 LG그룹의
LG텔레콤간에 기술우위논쟁이 치열하다.

PCS사업권을 둘러싸고 기술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까지 나와 이들의 기술우위논쟁이 더욱 과열
되고 있는 것.

교환기등 이동통신시스템 분야의 양대 라이벌인 LG정보통신과 삼성전자가
서로 먼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이동전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주장
하면서 시작된 논쟁은 에버넷과 LG텔레콤간의 싸움으로 비화됐으며 최근에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발전했다.

논쟁의 발단은 CDMA이동전화서비스가 시작된 연초에 삼성전자가 "삼성의
정보통신 역사가 한국의 통신역사"라는 제목으로 내보냈던 광고.

삼성은 이 광고에서 CDMA시스템을 국내 처음으로 완성했다고 주장했다.

또 전자교환기등 통신시스템분야에서 선두자리를 꾸준히 지켜 왔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광고에 전통적인 라이벌인 LG정보통신이 발끈하고 나섰다.

LG는 교환기분야의 선두주자는 자신이며 삼성전자보다 해외에 교환기를
더 많이 수출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CDMA이동전화분야에서는 한국이동통신과 손잡고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것도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실제로 LG정보통신은 한국이동통신이 지난 1월3일부터 인천 및 부천지역
에서 실시한 CDMA이동전화서비스에 사용된 교환기등 시스템을 공급했다.

이같이 시작된 양사의 논쟁은 신규통신사업의 PCS분야에서 LG와 삼성-현대
간의 대결양상이 펼쳐지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싸움은 초기에 LG측의 승리로 일단락되는듯 보였으며 이같은 결과는
곧바로 증시에 반영됐다.

상장된지 6개월도 지나지 않은 LG정보통신주 가격이 10만원대를 돌파하며
전통적인 블루칩인 삼성전자주가를 앞지르자 이에 자극을 받은 삼성이
대대적인 공세를 취하면서 기술우위논쟁이 한층 격렬해졌다.

삼성전자가 최근 PCS시험통화를 시연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었다.

삼성은 지난 9일 한국종합전시장(KOEX)에서 열린 제1회 국제정보통신
및 이동통신전시회에서 PCS시험통화를 시연했다.

또 국내최초로 PCS시험통화에 성공했다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섰다.

LG측은 이같은 삼성의 공세를 PCS사업권 획득을 위한 전략으로 파악하고
국내최초로 PCS시험통화에 성공했다는 삼성의 주장을 반박했다.

LG는 먼저 "실험실차원의 시험통화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또 삼성에 앞서 이미 한국이동통신이 PCS시험통화에 성공했다는 점을
내세워 삼성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LG는 "PCS의 국제적 기술표준을 만족시키는 시스템은 아직 어느업체도
개발하지 못했다"며 "삼성이 시험통화에 사용한 시스템도 예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이에맞서 "LG측이 올초 인천.부천지역에서 실시한 CDMA이동전화
서비스를 세계최초라고 주장하지만 100% CDMA서비스회사인 신세기통신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도록한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

특히 삼성은 LG와 기술력을 비교한 "CDMA제조사 기술력분석"이라는 자료를
배포, 교환기 단말기분야등에서 조목조목 LG를 공격하고 있다.

삼성은 또 CDMA이동전화용 단말기분야에서 자체모델을 개발하고 무선(RF)
부문을 100% 국산화한 반면 LG는 단말기의 자체모델은 가지고 있으나 RF
부분을 일알프스사로부터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삼성의 공개적인 공격에 대해 LG는 아직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업계획서 심사가 마무리되고 청문회가 임박한 시기에서 LG가
삼성의 이같은 공격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들의 기술우위
논쟁은 양사의 사활을 건 "전면전"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