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유의 증설은 국내정유업계가 새로운 경쟁시대를 맞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유업계는 현대외에 당장 6월에 유공이 하루 20만배럴규모의 울산제5호
정제시설을 준공, 3개월간의 시험가동에 들어가고 LG칼텍스정유도 9월께
27만배럴규모의 여천제4정제시설을 완공하는 등 증설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석유류공급능력은 작년말의 하루1백81만8천배럴에서
올연말에는 2백43만8천배럴로 늘어가게 된다.

이는 통상산업부가 전망한 올해 국내수요인 하루2백8만배럴을
35만배럴이나 웃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공급초과현상에 따라 정유업계의 판매경쟁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다.

현대만 해도 그동안 "오일뱅크 돌풍"을 일으키면서 브랜드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한데다 이번 증설로 내수시장확보를 위한 "실탄"을 충분히
마련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나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정몽혁사장이 이날 준공식에서 "11%에 머물러 있는 시장점유율을 올해
15%까지 끌어올려 중위권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번 증설에 거는
현대의 야망을 읽을 수 있다.

올해 매출목표도 60%나 증가한 1조8천7백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를 위해 현대는 우선 주유소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주유소수를 올해안에 1천3백20개로 지난해보다 2백90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극동정유 인수당시 4백35개에 불과했던 주유소를
3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1천30개로 늘리는 "실력"을 보여준 바 있어
이번 주유소확보전략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대는 이와함께 98년까지 61만배럴 2000년까지 81만배럴체제를 구축,
10년내 국내최대정유업체로 부상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현대의 이같은 야심이 자동차1위업체를 거느린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충분히 실현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준공식에 정주영명예회장 정세영자동차명예회장 정몽구그룹회장등
오너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이같은 그룹차원의 지원을 짐작케 해 준다.

현대의 이번 증설은 특히 97년의 유통시장개방, 99년 석유정제업자유화
등을 앞두고 있는 정유업계가 질적인 면뿐 아니라 양적인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을 실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