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알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색인이나 참고도서 목록이 없는 책이 부지기수인 것을 보면서 국내
출판문화가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승훈 (주)동방서적 대표(을지서적 외서사업부 사장).

주간 "한경비즈니스"등 여러 잡지의 외서서평필자로 잘 알려진 그는
미국 출판시장의 흐름을 가장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짚어내는 인물중
한사람이다.

조대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년남짓 서점을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출판계의 최신 정보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그들이 필요로 하는
책을 한발 앞서 공급하고 있다.

"주로 국내기업의 중견간부및 실무를 담당하는 사원, 중소기업 경영자가
많이 찾아 옵니다.

91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한국에서는 기업관계자가 공부를 참 많이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들도 주요
고객이지요"

귀국후 5년동안 변한 것중 하나는 여행가이드북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

처음 해외여행이 자유화됐을 때는 무턱대고 해외로 나가던 사람들이
이제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얻기 위해 매장에 들르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직장인 고객이 많은 까닭에 자연히 사회과학분야의 책이 전체 도서의
70% 가까이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주문도서와 소설류 전문서적들이죠.

100곳이 넘는 대학교 영문과에서 현대영어소설을 교재로 채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화제를 모은 소설 "Oswald"s Tale"(노먼 메일러저 랜덤하우스간)을 12권
들여왔다가 1년동안 겨우 2권 팔았습니다"

조대표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독서문화로 "미래서"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를 꼽았다.

영화화된 소설에 대한 집착도 유별나다며 심미안적인 도서, 문화와 역사를
다룬 책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점이 안타깝다고.

"미국에서는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을 쉽게 소개하는 대중서와
아이디어를 실무에 도입하려는 사람을 위한 전문서가 동시에 출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예로 개론서"리엔지니어링"(마이클 해머저 하퍼 콜린스간)과 실무서
"Reengineering Your Business"(다니엘 모리스저 맥그로힐간)도 같이
출간됐었죠.시류에 편승해 우리처럼 이책저책을 겉핥기식으로 섭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조대표는 권하고 싶은 책으로 <>찰리 핸디저 "Beyond Certainty"
<>피터 드러커저 "Leader of Future " "Managing in Time of Great Change"
<>레스터 서로저 "Future of Capitalism" <>앨빈 토플러저 "Creating A New
Civilization" <>피터 린치저 "Learn to Earn" <>케빈 데이비스저 "Getting
into Your Customer"s Head" <>리처드 손벤저저 "World Class Manufacturing
the Next Decade" 등을 꼽았다.

고려대 법대(64학번)를 졸업한 조대표는 미국에서 MBA과정을 마친뒤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다 80년 서점을 인수, 경영해왔다.

재미코미디언 마가렛조씨의 아버지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