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기술경쟁은 종종 "지적소유권분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적소유권분쟁(등록전 이의신청.심판.항고심판.상고)에서는 승패에 따라
음양과 희비가 극단을 달린다.

승자에게는 흥부가 가졌다는 퍼내도 줄지 않는 금은보화가 담긴 "화초장"을
안겨다주는 셈이고 패자에게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제품신뢰도에도
불구하고 산재권을 활용할수 없고 그간의 수익을 배상함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업체가 작으면 존폐의 위기에 빠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산재권분쟁이 산업발전에 따라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80년 573건에 이르던 국내산재권 심판청구는 90년 1천4백64건,
94년 1,712건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1,512건으로 감소됐으나 80년대에 비하면 2배가
훨씬 넘는 수준이다.

항고심판청구처리건수는 80년 1,125건에서 90년 1,772건, 지난해에는
3,192건으로 증가했다.

또 대법원에서 맡는 상고심처리건수도 80년대 100건 정도였던 것이 90년대
들어 200건을 넘어서고 있다.

분쟁을 산재권별로 보면 78년까지는 실용신안에 대한 대립이 가장 많았다.

79~83년에는 잠시 의장권이, 84년 이후부터는 상표권이 가장 많은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산재권분쟁은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분쟁에서 극심한 대결양상을
보인다.

국내에서 산재권분쟁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은 대표적 업체로는 일진이
손꼽힌다.

일진은 미GE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하여 94년 1월 미연방법원으로부터
"향후 7년간 일체의 절삭용다이아몬드를 개발해서는 안되고 제3자의
절삭용 다이아몬드개발을 지원해서도 안된다"는 판결을 받았다.

GE사로부터 영업비밀침해라는 경고를 받은 89년 당시 일진은 물론 현대
삼성과 같은 대기업조차 영업비밀에 대한 개념이 서있지 않았다.

다행이 이분쟁은 일진이 기술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원만한 타협이
이뤄졌지만 산재권을 소홀히 인식했다가는 큰코 닥친다는 교훈을 남겨줬다.

이밖에 개그맨 주병진이 사장인 좋은 사람들의 "제임스 딘"상표, 손톱깎이
제조업체인 대성금속 "777"상표가 각각 미국 업체 등으로부터 상표등록을
취소하라고 제소당하는 등 외국과의 상표분쟁도 부지기수다.

국내업체간에도 "마시는 우황청심원" "샘방지용 덮개 달린 기저귀"
"연소소음을 줄인 소음기및 기름탱크부착용 보일러" 등을 둘러싼 특허권
침해분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소리도 특허의 대상이 될 정도다.

최근 일본 오토바이가 미국시장을 잠식하자 미국 오토바이업체가 자사의
오토바이소음을 흉내냈다하여 일제 오토바이의 판매금지소송을 냈다.

어쨌든 이러한 산재권분쟁은 날로 격렬해질것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90년대이전 선진국의 상표및 기술을 모방.도용하던 입장에서
이제는 중국 동남아 등지의 후발개도국으로부터 우리의 산재권을 보호
하는데 적극 나서야할 정도로 상황이 크게 변했다.

"도루코" "박카스" "신라면" "낫소" "코란도" "미원" 등의 상표가
중남미와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외국인에 의해 선점됐거나 모방 도용
당하고 있다.

상표뿐아니라 우리나라의 반도체 컴퓨터 정밀기계 합금 등의 기술이
높아짐에 따라 이분야에서 선진국과의 특허분쟁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때 국내업체들은 산재권의 속성과 국제적 판도를
명확히 알고 수세가 아닌 공세적인 자세로 애써 얻은 산재권을 보호하는데
앞장서야 할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정종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