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시장을 놓고 제조업체와 대형유통업체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대형할인점으로 들어가는 자사제품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할인업체들은 거래선을 다른 업체로 돌리거나
외제가전제품 수입을 추진하면서 제조업체에 맞서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힘겨루기는 할인신업태 등장이후 가격결정권등 시장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자사제품을 공장도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대형할인업체들로
인해 대리점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자사제품이 할인유통업체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할인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일련번호를 역추적, 이들
유통업체에 제품을 공급한 대형대리점과의 대리점계약을 해약하는 식으로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제품공급을 계속 해야할 경우 인기 신제품보다는
비인기.구모델제품을 주로 판매, 대리점 유통망과 차별화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할인점등에 제품을 공급하지 말라는 공문을 각 대리점에
돌렸다.

판매량을 늘리기보다는 고급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LG전자와 대우전자도 최근 할인점 공급물량을 줄이고 있다.

뉴코아백화점과 킴스클럽은 최근 점포확대로 판매물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 제조업체들이 자신들을 무시할수 없을 것으로 판단, 기존의 저가판매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올해초 인천에 점포를 낸 마크로는 국내유통업 경험이 없는 데다 거래선도
많지 않아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성남 마크로 이사는 "물량확보가 힘들다고 가전제품을 포기할수는
없다"며 "외제가전제품을 수입해서라도 판매하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재고물량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프라이스클럽은 지속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중이다.

권녕배 프라이스클럽 구매팀장은 "제품디자인을 약간 바꿔 할인점
공급제품을 대리점제품과 차별화하는 방안을 메이커에 협의중"이라며
"제조업체들이 물량공급을 중단하는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E마트와
함께 외제가전제품을 수입판매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할인신업태의 등장으로 제품가격이 매장마다 다른 일물다가
시대가 열리면서 가격결정권을 둘러싼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파워게임은
계속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규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