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대기업정책"에 대해 재계가 깊은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14일 열린 전경련회장단회의는 <>신노사구상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완화
<>계열사간 채무보증한도축소등 신대기업정책이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 정부에 보완을 요청키로 했다.

우리는 정부가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쏟아놓기 시작한 신대기업정책의
성안및 발표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바가
적지않다.

우선 이땅의 경제정책은 현실적이기 보다는 지극히 관념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신대기업정책의 최초 구상은 문민정부들어 되풀이 강조되기 시작한
규제완화에서 시작됐다.

국경없는 경쟁시대에 외국대기업과 경쟁이 가능하도록 국내대기업에 대해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이었다.

경제력집중과 문어발식 확장을 막는데 둬왔던 지난날의 대기업정책은
개방에 따른 외국대기업과의 경쟁을 감안할때 재고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여신관리등을 통한 사업다각화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대신 대기업
경영이 대주주 1인의 전횡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막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나웅배부총리의 여신관리대상 축소방침 발표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자료에서도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본방침은 시간이 갈수록 대기업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규제의 신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내용으로 바뀌어졌다.

현행 5%이상인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을 2~3%로 낮추자던 것이 1%대기업
(일부에서는 1주)로 바뀌고 여신관리 완화방침과는 정면으로 상충되는
계열사간 지급보증 한도축소(5년내 금지)가 등장하게 된 것이 저간의
과정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경제정책 기업정책은 경쟁촉진적이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국내의 이른바 "그룹"과는 비교도 되지않을 만큼 규모가 큰 외국대기업과의
경쟁을 감안, 기업규모나 사업영역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

소위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표현으로 비하되고 있는 다각경영에 대한
시각도 이제 달라져야 할 때가 됐다.

오늘 한국경제가 내세울 수 있는 반도체산업이 좋은 예다.

초기의 엄청난 적자를 다른 업종경영에서 메워주지 못했다면 오늘의
반도체산업은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부당국이 신대기업정책의 구상단계에서 바로 이같은 점에 착안한 것은
옳은 판단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변질돼 이제 재계에서는 새로운 규제의
신설로 받아들이게 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잘못은 정부에 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가 일반대중에게 자칫 특혜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우려, 중화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결국 본말마저 흐리게 만든 꼴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외국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대기업이 되도록 규제를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인식의 바탕위에서 신대기업정책을 재점검한다면 정부와 재계간
견해차는 쉽게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