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음료와 입는 옷이 같은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요즘 신세대들에게 이 두가지는 패션상품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단순히 목을 축이고 몸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유행을 타면서 대히트
상품으로 떠오르기도하고 또 금방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기도한다.

경쟁회사들이 괜찮은 제품을 내놓으면 1주일이 멀다하고 너도나도
똑같은 제품을 내놓는 재빠른 모방과 한 제품이 죽으면 다른 제품들도
우수수 따라 죽는 것도 음료와 옷의 유사점이다.

제품이 뜨고 죽고하면서 음료의 수명(라이프 사이클)도 대단히
짧아지고있다.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음료시장은 콜라 사이다로 대표되는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였다.

음료회사도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88올림픽이 지나고 90년대 접어들면서 음료시장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돌입했다.

음료업체수만 하더라도 수십개가 있는데다 매일 쏟아지는 신제품들은
어지러울 정도다.

관련업계의 최근 10년간의 음료매출실적분석에 따르면 지난 86년에는
탄산 과립 100%과일주스였던 매출순위가 90년에는 탄산 100%과일주스
과립음료로 바뀌었고 94년에는 100%과일주스 과립음료 탄산음료순으로
역전됐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100%과일주스의 판매가 다시 퇴조세를 보이고있어
앞으로 어떤 제품들이 수위품목으로 떠오를지 누구도 예측할 수없는
형국으로 접어들었다.

10년사이 대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가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제품중
대표적인 것으로 보리와 우유탄산음료를 들 수있다.

보리탄산음료는 84년 일화가 "맥콜"이라는 상표로 처음 선보인 이래
87년 해태음료가 "보리텐", 롯데칠성이 "비비콜", 코카콜라가 "보리보리"
등을 잇따라 시장에 내놓았다.

87년이후 매출액도 급증해 연간 300%이상의 신장률을 보이기도해
88년에는 전체음료시장의 18.9%까지 차지하기도했다.

그러다 89년부터는 갑자기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매년 30%이상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94년에는 롯데칠성이 "비비콜"의 생산을 중단하고 다른 회사의 제품들도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해 이제는 음료매장에서 찾아보기조차 힘든
품목이 되어버렸다.

보리음료의 기세를 꺾으면서 등장한 것이 우유탄산음료다.

이 제품은 84년 코카콜라가 "암바사"라는 상표로 맨처음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있다가 롯데칠성이 홍콩배우
주윤발을 기용, "사랑해요 밀키스"라는 광고를 내보내면서 갑자기
히트상품의 대열에 올랐다.

홍콩여배우 왕조현을 모델로 삼은 해태음료의 "크리미"도 함께 매년
40%씩의 성장세를 구가했다.

90년에만도 1,000억원의 매출을 자랑하는 주요 음료품목으로 자리잡았으나
90년이후 우유의 수급파동을 겪으면서 성장세가 주춤해졌다.

한번 잊혀지기 시작하자 그 하락세는 가속도를 더해 최근들어 이들 제품은
보리음료와 비슷한 운명의 뒤안길을 걷고있다.

이밖에 매실 호박 등을 이용한 제품들이 잠깐씩 나왔다가 소비자들의
차가운 외면속에 소리없이 사라졌다.

음료업계 관계자들은 최근들어 나오는 신제품들중에 살아남는 것보다
오히려 얼마동안 햇빛을 보지도 못하고 들어가버리는 제품이 더 많다고
설명한다.

심지어는 작년의 대히트음료인 식혜의 수명에 대해서도 조심스런 분석이
대두되고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음료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지고있는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화되고 입맛이 변하는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없을만큼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음료회사들도 짧아지는 음료수명에 대응하기위해 더욱 감각적인 제품들을
내놓고 변덕심한 요즘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기에 부심하고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