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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렬 서울사대부속초등학교장(64)은 아동교육계에서 소문난 저술가다.

어린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그가 손수집필한 책이 100여권에 이른다.

''문제아는 없다''(웅진출판사) ''키우는 대로 거둔다''(샘터사) 등 학부모용
교육도서는 물론 ''어린이 주제별 예화집 1~6''(샘터사)과 글짓기 참고도서등
종류도 다양하다.

게다가 책을 쓰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판사로부터 받은 고료에
자신의 사재를 보태 책을 여러 학교에 보급까지 해준다.

김교장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92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제14회 한국교육자 대상을 받았다.

그는 지난 55년 청주사범학교를 졸업한뒤 41년간 초등학교 교단을 지키고
있다.

제74회 어린이날을 앞두고 김교장을 찾아 ''어린이 교육론''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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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최종천 사회1부장 ]]]

-어린이날을 맞을 때마다 남다른 느낌이 드실 것 같은데요.

<> 김교장 =1923년 5월에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날을 정하실 때는
어린이가 제대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소파 선생님은 일본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라의
주인이 될 어린이가 바르고 튼튼하게 자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어린이 운동을
펴신 것이지요.

그러나 오늘의 어린이는 오히려 과보호로 나약한 어린이가 돼가고
있습니다.

"바르고 굳센 어린이"로 기르기 위한 제2의 어린이 운동을 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오랜 교단생활을 통해 파악하고 있는 과거와 요즈음 어린이 사이의
차이라면.

<> 김교장 =지난날의 어린이에 비해 요즈음 어린이는 체격도 좋아지고
아는 것도 많아졌어요.

그러나 가장 아쉬운 것은 예의와 질서생활, 인내심과 물자 아껴쓰는 마음이
부족하고 정신력도 나약합니다.

물질적인 풍요는 누리지만 심약해져 가는 것이 큰 걱정입니다.

-최근 젊은 부모들의 자녀 사랑에 대한 견해는 어떻신지요.

<> 김교장 =핵가족이다, 가족계획이다 해서 각가정의 어린이 수가 적어지고
있는데 그 때문에 모든 가정이 어린이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한다고
할수 있지요.

웬만한 잘못을 저질러도 "귀엽다"하고, 버릇이 없어도 "건강하니 괜찮다"고
놓아 기르는 어른들이 대부분입니다.

잘못 하면 눈물이 줄줄 흐르도록 단단히 혼을 내주고 버릇이 없으면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바르게 가르치는 어버이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당장 볼을 비비고 갖고 싶은 것이면 뭐든 사다 주는 그런 사랑만이 참다운
사랑은 아니예요.

부모의 참 사랑은 오히려 억지로라도 자식을 올바른 사람, 건강한 사람으로
키우기 위해 힘을 쏟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자녀들을 가르칠 때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 김교장 =아이들에게 가정과 사회에는 위-아래 질서가 있다는 것을
철저히 가르쳐야 합니다.

또 사회생활에는 모두가 지켜야 할 윤리와 도덕이 있으며 규칙과 법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심어줘야 합니다.

자기들이 마땅히 지켜야할 예절과 책임을 모른 채 무작정 어른의 말을
안듣고 투정하고 반항하면 제몫을 다하는 사람이 될수 없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 줘야 해요.

-선생님의 말씀 요지가 곧 "인성교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의 교육개혁에서 초등학교의 최대과제 역시 인성교육으로 꼽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인성교육에 대해 책도 많이 쓰시고 또 실천자로서 높이
평가받고 계시는데.

<> 김교장 =얼마전 미국 카네기 재단에서 "성공의 비결"이란 연구내용을
공개한 일이 있습니다.

사람이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갖추고 어떻게 처신해야
성공할 수 있느냐를 연구한 것인데 놀랍게도 인간성이 좋아야 한다는 비율이
75~80%나 됐습니다.

반면에 학식이나 재능이 뛰어나야 한다는 비율은 20~25%정도에 불과했지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기본 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이보다는 대인 관계에서 성실 근면 정직 책임 인화 협동 양보 인내등 좋은
인간성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 아닙니까.

율곡 이이선생이 지은 학습 입문서인 "격몽요결"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학문이 아니면 올바른 사람이 될수 없다.

학문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다만 부모는 아들 딸을 사랑하고 바르게 지도할 것, 자식은 부모의
가르침에 따르고 효도할 것,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을 다할 것, 부부간에는
분별이 있고 형제는 서로 우애할 것, 젊은 사람은 어른에게 공손할 것,
친구 사이에는 믿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인성교육이 그동안
학력위주의 경쟁력 기르기로 소홀해 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수대교 사건, 삼품백화점 붕괴사고 등 큰 사고가 끊이지않고
지존파사건, 박한상군 사건, 대학교수의 부친살해사건 등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선생님 학교의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김교장 =본교에서는 가정과 연계한 인성교육에 특히 힘쓰고 있습니다.

6년전부터 "바르고 굳센 어린이"라는 생활본을 만들어 자기 생활을
반성하고 학부모의 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생활본은 담임교사가 점검하고 교장이 일일이 살펴보며 개선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부모님 생일날 편지쓰고 꽃달아 드리기, "착한 어린이의 하루생활"
"효도생활" 책받침 등을 전교생에게 만들어 주었고 군것질 않기, 껌씹지
않기를 3년째 실천해 큰 효과를 봤어요.

부모님이 참여하는 가족교실, 학습공개와 교육협의, 학기별 산행활동과
현장학습, 극기훈련 등으로 건전한 심신을 기르게 하는데도 주력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이 심각합니다.

초등학교에서는 급우들이 특정학생을 집단 학대하는 "이지메현상"의 조짐도
보이구요.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며 뾰족한 대안은 없을까요.

<> 김교장 =옛날 어린이들은 친구가 가장 소중했습니다.

학교에 오고 갈 때, 마을에서 놀 때, 공부할 때 친구와 같이 지냈어요.

그런데 근래에 와서는 친구가 별로 절실하지 않은 것 같아요.

혼자 TV를 보거나 전자기구를 가지고 놀다보니 "친구"가 협력자이기보다
공부 경쟁을 하는 라이벌로 인식되는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구에 대한 애정이 많이 적어졌습니다.

따라서 친구를 가까이 하는 기회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집단학습, 단체 건전 놀이등을 하니까 많이 달라집디다.

학부모들도 친구 사귀기, 용돈 쓰기, 여가 시간 보내기 등을 지켜 보고
가끔 소지품이나 용모 등도 살펴봐 나쁜 길에 빠지지 않게 사전지도가
필요합니다.

-40여년간의 교편생활속에서 보람찬 일도 많았을 텐데요.

<> 김교장 =우리 옛말에"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내가 잘 되어야지 남이 잘 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남이 잘 돼서 기쁜 때가 두 가지 있어요.

내 자식이 잘 될때와 제자가 잘 될 때입니다.

다행히 내 아이 셋이 잘자라 주었고 특히 우리학교 어린이가 대외 행사나
졸업후 중학교에 가서 다른 학교 출신보다 뛰어나다는 칭찬을 들을 때가
가장 흐뭇합니다.

-고달프거나 속상하실 때도 더러 있었을 것 같은데요.

<> 김교장 =많았습니다.

예부터 "훈장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교사생활을 쉽고 편하게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법관이나 의사와 마찬가지로 교사도 전문직인데 왜 학교에서 하는 일은
믿어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환자를 맡겼으면 수술을 하든, 물리치료를 하든, 투약을 하든 의사의
진단에 따르잖아요.

마찬가지로 아이들 교육은 교사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하는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교육부지정 상설 연구학교로 여러가지 연구활동을 합니다.

영어학습, 한자지도, 전교생 고적지 답사, 능력별 학습, 가족교실,
질서훈련 공개등 다른 학교에서 하지 않는 교육활동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가끕 학부모중에서 왜 다른 학교에서 안하는 교육을 하느냐는 전화를
받을때 속이 상합니다.

또 아이를 바로 교육하려고 담임교사가 나무라는 것을 선생님이 자기
아이를 미워한다고 항의를 받을 때 맥이 빠집니다.

-40여년 교직생활을 지탱해 준 철학이 있다면 젊은 선생님들을 위해
소개해 주시지요.

<> 김교장 =나라를 지키는 군인, 국위를 선양하는 외교관, 국가경제를
위해 노력하는 사업가가 마음 놓고 자기일에 전념하도록 그들의 자녀 교육을
잘 해주는 일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비록 오늘의 경제나 국방에 직접 큰 공헌을 못한다 하더라도 내일의
이 나라 일꾼은 바로 우리 손에 의해 키워지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교육하는 어린이가 대통령도 되고, 올림픽 금메달도 따고,
노벨상도 받아 나라를 빛낼 큰 동량이 된다는 긍지를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내년 8월이면 정년으로 정든 교직생활을 마감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구상하고 계신 계획이 있습니까.

<> 김교장 =직장에는 정년이 있지만 인생에는 정년이 없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외길, 앞으로 힘이 닿는대로 어린이의 인성교육을 위한
도움이 될 자료를 만들어 현장에 지원하고 싶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