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심상찮다.

수출이 급격히 가라앉으면서 생산이 둔화되고 재고는 쌓이는 조짐이
뚜렷하다.

그런데도 소비재수입과 해외여행은 계속 폭발적으로 증가, 국제수지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양상이다.

4월중 수출은 작년4월보다 5.5% 늘어나는데 그쳐 26개월만에 처음으로
한자리 숫자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주종품목인 반도체 철강 유화등 중화학제품 수출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수출부진에 겹쳐 내수도 둔화, 1.4분기중 산업생산 증가율은 작년
한햇동안의 평균치(11.9%)보다 3.9%포인트 낮아졌고 재고는 92년 2월이후
가장 높은 19.1%의 증가율을 보였다.

수입은 시설투자부진을 반영해 자본재는 줄었으나 소비재가 큰 폭으로
증가, 4월중 통관기준 무역적자는 월간 최고치인 20억800만달러에 달했다.

4월말까지 통관기준 무역적자만 58억5,000만달러나 돼 올해 경상수지적자는
당초전망 60억달러를 훨씬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로열티 이자지급등의 증가와 폭발적인 해외여행붐등으로 무역외수지 적자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자칫 80년대 초반의 외채위기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일면도 없지않다.

수출 부진은 우선 작년하반기이후 엔화가 급격히 절하된데다 선진국경기도
좋지 않은등 대외여건이 나쁘다는데 원인이 있다.

이같은 대외시장여건 악화가 반도체 철강등 주종수출품의 가격하락을
결과했다고도 볼수 있다.

한때 1달러당 70엔대까지 갔던 엔화가 올들어 100엔이상으로 떨어진 것만도
큰 타격이었을게 분명하다.

그러나 국제수지적자확대가 전적으로 대외시장여건이 나빠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계속 늘어나고 있는 고급소비재수요등 과시형 소비성향도 원인이 아니라고
할수 없다.

자본재수입은 줄어들고 있는데 소비재수입은 계속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것은 문제다.

올들어 외제차 수입은 큰폭으로 늘었다.

특히 미산 일제차는 1.4분기중 작년한햇동안 실적을 웃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나친 소비는 국제수지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전체 사회분위기에
영향을 미쳐 경제전반에 부담을 주게 마련이다.

경제정책운용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국제수지 적자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원화강세가 문제다.

물론 환율은 외환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올들어 무역적자규모가 계속 커지는 가운데 환율이 떨어진 것은
자본수지 흑자때문이라고 볼때 정부의 책임은 결코 없지않다.

선거를 앞두고 주가에 신경을 쓸수 밖에 없었던 여건등 그 나름대로
불가피한 점이 있었겠지만, 어쨌든 실세이상으로 원화가 고평가되게
부추기는 정책은 이제 시정돼야 한다.

4월중의 수출부진만으로 경기가 급강하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반도체 철강등 주요품목의 수출가격이 빠른 시일내에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팔 물건, 경쟁력있는 상표개발은 더욱 힘들다.

경기연착륙을 낙관만하지 말고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시각에도 정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