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문명의 눈부신 발전은 우리생활의 편리함을 더해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잃고 살아가는 것도 적지 않다.

모든 것이 "빠르고 쉽게"를 지향하는 가운데 우리가 쓰고 읽는 글의
의미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1초에 수십 수백자의 글자와
문장이 순식간에 전달되고 있는 이 시대에 먹을 갈아 붓으로 한자 한자
글씨를 써내려 간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에 뒤떨어진 고상한 취미 정도로
취급되어지는 것 또한 부인할수 없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현실의 숨가쁜 일상속에서 자칫
잃어버리기 쉬운 생의 진지한 의미와 인간본성에 대한 탐구는 결코 현실적
잣대로만 측정될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벼루에 정성껏 먹을 갈며 풍겨져 오는 진한 묵향에 취해보는 것도, 하얀
화선지위로 인생의 무게만큼 정성들여 글자 한자 한자를 써내려 가는
것도, 복잡한 현대생활의 한편에서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 볼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서도의 의미를 찾아나선 한전 서도회는 본사 직원과 직원가족들로
구성된 순수마차추어 동호회다.

지난 85년5월 창립되어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효당 김훈곤선생을 모시고 갖는 주1회의 정기강습 외에 각회원들끼리
수시로 한전본사에 마련된 서도실에 모여 자신의 글씨를 가다듬고 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직원 회원과 가족회원들이 지난 10년간 가다듬은
솜씨로 정성껏 제작한 80여점의 작품을 모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본사1층 로비에서 "창립10주년 기념작품전시회"를 개최하여 건전한
한전기업문화 활성화의 한몫을 담당하기도 했다.

옛성현의 글을 써내려가는 동안 그 글속에 담겨진 깊은 뜻을 되새겨
보기도 하고 또한 자신이 직접 쓴 가훈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기쁨을
느껴보는 것 또한 이 모임이 갖는 또다른 보람이 아닐수 없다.

현재 한전 서도회는 직원반과 가족 A B C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51명의 회원을 지닌 직원반은 김백수 정비기획실장이 회장을 맡고 있으며
가족A반은 김옥희 회장외 27명이, 가족B반은 유인호 회장외 24명이,
가족C반은 문옥숙 회장외 24명의 회원이 각반별로 활발한 서예모임을 갖고
있다.

인생의 멋과 의미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각자 취미생활의 선택이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복잡다난한 현대생활을 영위해 나감에 있어 서예는
인생의 깊은 멋과 정취를 전해주는 보람있는 취미생활이 아닐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