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사진가] 영화 같은 사진의 대가 알렉스 프레거
미국 사진작가 알렉스 프레거(45)의 작품을 보면 ‘영화 같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철저한 계산에 따라 연출한 그의 사진들은 20세기 할리우드 영화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재현한다. 프레거의 사진들은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아낸다.

영화감독으로도 활동 중인 그는 201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단편영화 ‘절망’을 상영하며 이름을 알렸다. 또 다른 단편 ‘터치 오브 이블’로 2012년 에미상을 거머쥐었다. 에르메스, 디올, 보테가베네타를 비롯한 명품 화보를 촬영하는 등 상업 사진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프레거는 활동 초기부터 할머니의 지인들로부터 선물 받은 1950년대 의상과 가발을 소품으로 활용했다. 2007년 첫 개인전에 선보인 폴리에스테르 연작과 ‘더 빅 밸리’(2008), ‘위크엔드’(2009) 시리즈 등이 단적인 예다. 그의 사진은 과거와 현재 사이 괴리감을 극대화한다. 작품에는 공중에 떠 있는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추락과 승천 사이 모호한 위치에 있는 현대인을 상징한다.

프레거가 최신작 ‘웨스턴 메카닉스’를 들고 서울 한남동 리만머핀을 찾았다. 첫 장편영화 ‘드림퀼’을 제작하며 영화 세트장에서 촬영한 이번 사진들은 팬데믹 이후 삭막해진 현실과 대비되는 화사한 과거 도시 풍경을 담았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