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우건설부문은 지난달 1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서일본 최대의
재개발사업인 스미요시재개발사업(Canal City)준공식을 가졌다.

지난 93년 일본의 부동산개발업체인 후쿠오카지소가 발주한 이 공사에
대우는 지분 5%를 투자, 시미즈 제니다카구미 등 일본의 17개사와
원청자자격으로 공동수주,준공한 것이다.

이 공사는 국내업체가 단순하청방식이 아닌 원청자로서 일본내 공사에
참여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 유럽등 선진건설업체들에게 조차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일본건설
시장에 대우가 직접 진출한 이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온 일본건설업체와의 전략적 제휴가 낳은 산물이다.

대우는 이같은 스미요시재개발사업의 공동수행경험을 바탕으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시미즈, 제니다카구미, 하자마구미 등 일본의 유력
건설업체들과 중국 동남아 아프리카등 제3국 시장의 공동진출도 추진중이다.

내년 본격적인 건설시장개방을 앞두고 그동안 "단순시공능력"만
앞세우고 단순공사만 수주해온 국내건설업체들에게 이제 설계 감리
건설관리등 취약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선진건설업체와의 "공동전선구축"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국경없는 무한경쟁의 건설시장개방을 맞아 선진업체와의 전략적제휴를
통한 종합적인 경쟁력제고 없이는 그동안 독점해온 국내건설시장은
물론 해외건설시장에서 우위를 지켜나가기가 어렵게 된 때문이다.

이에따라 건설업체들의 전략적제휴는 한해 50조원이 넘는 국내시장
방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힘겨운수주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제로
추진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건설시장 진출을 겨냥하고 있는 외국건설업체들의
이해와도 맞물려 확산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의 증기발생기 교환작업을
미국 벡텔사와 공동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지난 94년 미국의 벡텔사와 제휴, 영광원전 3,4호기
건설경험을 쌓음으로써 원전시공기술을 100%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벡텔사에서 파견된 기술진과 공동진행중인 원전증기발생기 교환작업을
통해 현대는 원전시공기술의 자립에서 한차원 높은 원전관리기술의
습득을 겨냥하고 있다.

이같은 협력을 바탕으로 벡탤사와 제3국 원전수주에도 공동으로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토목분야에 강한 일본의 마에다와 기술지원협정을
체결, 정기적인 기술협의회를 열어 공사중인 김포대교, 지하철 6-6,6-9
공구등 국내 토목현장에서 기술자문을 받고 있다.

이와함께 쌍용건설은 마에다의 일본 건설현장에 지난 93년부터 과장급
4명을 10개월이상 파견 연수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0년 괌사이판 리젠시 호텔공사를 마에다와 공동으로 따낸
쌍용건설은 앞으로 양사는 장대교를 비롯 마에다의 토목기술과 쌍용건설의
고층빌딩등건축 노하우를 결합, 국내외공사와 괌, 동남아등 제3국에
동반진출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

또 시장진출이 까다로운 중국시장진입을 위해 화교투자자와의 투자제휴를
통한 중국입성 전락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건설도 지난 92년 경영제휴를 맺은 일본의 다이세이와 제휴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초고층빌딩공법, 클린룸부문등 건축분야와 터널, 교량 지하구조물등
토목분야, 원전시설.소각로시설등 플랜트분야등 신기술도입과 경영노하우
전수를 위해 전문분야별 협력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사원교육을 위해 연수단파견과 영국의 브리스톨대, 미국의 웨스팅
하우스사, 터너사, 벡텔사 등에서 기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삼성건설은 기존의 국내및 제3국의 공동사업이나 입찰을 위해
제휴사와의 관계를 십분활용하는 한편 개발분야에 있어서 지역업체와
공동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주택, 원자력분야에등에서 다변화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주택사업을 위해 미국의 TCR사와 현지법인을 세워 5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며 캐나다의 AECL사와 기술제휴, 한국형 표준 중수형(CANDU)
원전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치요다 헬스사와 각각 탈황설비분야, 하수처리장기술제휴
를 맺고 있으며 인도 화력발전소 설계를 위해 미국의 AE사로부터 자문을
얻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와 해외선진업체의 전략적 제휴는 아직 상호보완적인
기술교환,자본제휴,공동수주보다는 기술연수나 공사현장의 기술자문등
저급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같은 방식의 단순협력으로는 시장개방시대에 경쟁력을 높여나가는데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독자적인 기술개발과 전문화된 공정관리능력을 바탕으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제 국내 건설업체들도 시공기술에서는 세계 어느 업체와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의 노하우를 축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 건설시장은 열리고 세계 건설시장 장벽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개방이후 기술집약형 대형공사, 플랜트설계, 공사관리, 시공자동화등
소프트웨어 분야, 탈황설비등 환경산업등 고부가가치분야의 국내시장
잠식은 당장 불보듯한 것이 현실이다.

이들 취약분야의 기술자립만이 개방시대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새로운
협력의 틀을 만들어 낼수 있다.

< 김동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