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와 협력"의 신노사관계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해 오늘 맞는 근로자의 날은 노-사-정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해방 이후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매년 5월1일 노동절 행사를, 64년부터
정부는 정부대로 3월10일에 근로자의 날 행사를 가져오던 기형적인
대결구도를 청산하고 5월1일로 기념일을 통합한 것이 지난 94년이고
보면 근로자의 날이 실질적인 의미를 되찾기는 올해로서 겨우 3년째가
되는 셈이다.

우리가 올해 근로자의 날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난 4월24일
김영삼 대통령의 신노사관계 구상이 나온 이후 정부는 물론 노동계와
경영계를 중심으로 노사개혁 추진작업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는 개혁작업을 주도할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를 이달
초순에 청와대에 설치키로 했는가 하면 정부-여당은 복수노조허용, 제3자
개입 금지조항 폐지, 근로자파견제 변형근로시간제 정리해고제 등의 도입을
주내용으로 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6일 중앙위원회에서 기본입장을 정리한 뒤 이달초
노동법개정 추진위를 설치키로 했고, 경영계 역시 지난달 30일 경제5단체장
들이 회동, 노사개혁 특별대책위를 구성해 신노사관계 구축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노사개혁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노사관계법 개정에 대해 지금까지
표명된 입장으로 보아 노-사-정 모두가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고 있음은
여간 다행한일이 아니다.

특히 최대 쟁점인 복수노조허용 문제에 대해서도 노사 쌍방이 비록
허용범위를 둘러싼 이견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으로는 수용 용의를 천명하고
있어 밝은 전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노동관계법 개정은 노사양측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그리 간단치 않다.

복수노조, 노조의 청치활동, 제3자개입 등에 관한 집단적 노사관계 조항은
세계화시대에 맞게 어떤 형태로든 손질이 돼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
이지만 변형근로시간제, 근로자파견제, 정리해고제 등 재계가 도입을
주장하는 개별적 노사관계 조항에 대해서는 아직도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노사양측의 의식과 관행에 대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양보와 타협의 정신 없이는 노사관계법 개정은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근로자 권익보호를 내세워 기업만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해서도 안되며
근로자 권익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기업만 싸고도는 법개정이 돼서도
안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사의 공동발전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권익과 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찾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이해당사자 모두의 균형감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올해 근로자의 날은 노-사-정 모두가 이러한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선진
노사관계 정립을 위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는 날이 돼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