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26일 발표한 "2011년 목표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안"은
민선시장 취임전인 지난해 4월 발표된 안을 일부 수정 보완한 것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내실다지기에 비중을 두었다는 점에서 시정목표
에 부합되는 방향설정이라고 할만하다.

당초안이 9개의 중점추진과제를 완급의 조절 없이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등 지나치게 개발위주로 짜여져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보면 이번 수정안은 완급을 가려 각각 6개씩의
우선추진과제와 지속추진과제로 나눠 추진키로 한 점이 우선 눈에 띈다.

특히 환경 주택 사회복지등 시민 실생활과 밀접하면서도 도시기본계획
에서 소홀하기 쉬운 분야에 배려를 한 점은 평가할만 하다.

계획수정으로 남게된 16조원의 재원을 시민안전과 사회복지 문화체육
분야에 투자키로 한 것이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9개월간의 검토끝에 나온 이번 계획안의 사업내용을 뜯어보면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첫째 이번 수정안은 5대 거점개발계획을 백지화하면서 부도심체계만
수정한 정도여서 21세기 수도서울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는 미흡한
감이 있다.

특히 도심기능을 분산할 수 있는 유력한 부도심 후보지들을 대규모
개발 억제 명분아래 이번 계획에서 삭제해 놓고 다시 2011년 이후
부도심에 추가키로 한 것은 계획자체가 어설프다는 인상마저 준다.

또 대부분의 간선도로 확충계획은 10년 뒤에나 검토될수 있는 것들로서
상황변화에 따라 실현가능성이 의문시 된다.

주거지역 용도규제 완화계획도 도시경관을 훼손할수 밖에 없을것이라는
점에서 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둘째 제2외곽 순환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추가하고 지하차도 건설계획을
다시 추진키로 한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중간순환고속도로의 강남구간은 기존시가지를 통과해야 하고 강북구간은
북한산등 녹지대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타당성 자체가 의문시
된다.

또 80년대 중반에 추진됐다가 현실성이 없다는 반대여론에 밀려
백지화됐던 도심 지하차도 건설사업을 2011년이후 장기구상사업으로
명시한 점도 쉽게 납득할수 없는 부분이다.

셋째 99조원으로 잡은 막대한 사업비의 확보대책이 명시되지 않아
계획의 실현가능성에 강한 의문을 갖게한다.

서울시는 계획기간중 투자규모와 시행시기를 현실에 맞게 신축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는 연간 6조원이 넘는 투자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이다.

현재 4조3,000여억원의 부채를 안고있는 서울시의 재정상태로 볼때
연간 예산에서 경직성 경비를 제외한 나머지 20~30%의 예산만으로는
도저히 실천하기 어려운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 계획안을 건설교통부에 승인요청하기 앞서 이같은 문제점
들을 면밀히 검토해 소홀한 점이나 무리가 있다면 수정 보완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것이다.

시민이 요구하는것은 구체적인 실행수단을 구비하지 못한 거창한
청사진이 아니라 시민생활의 실질적인 개선에 중점을 둔 실행가능한
계획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8일자).